(상보) AI 스타트업 그록이 보유한 기술과 인재 확보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설계회사인 그록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록을 인수하지는 않고 그록의 핵심 인재가 엔비디아에 합류해 그록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
그록은 24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자사의 추론 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며 "이는 고성능, 저비용 추론 기술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려는 양사의 공통된 목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계약으로 그록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와 그록의 사장인 서니 마드라를 비롯해 그록 직원 일부가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추론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돕게 된다고 알렸다.
그록은 독립적인 회사로 남게 되며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사이먼 에드워즈가 CEO로 회사를 이끌게 된다. 다만 그록에 5억달러를 투자한 디스럽티브의 CEO인 알렉스 데이비스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그록의 거의 모든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록의 AI 칩으로 가동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그록클라우드는 이번 계약과 상관없이 계속 운영된다.
그록 |
그록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CNBC는 데이비스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그록에 200억달러(약 29조원)를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에 엔비디아가 이스라엘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멜라녹스를 70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비교해 막대한 자금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월 말 기준 606억달러 상당의 현금 및 단기 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록은 지난 9월에 69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7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당시 자금 조달에는 블랙록과 노이버거 버먼 등 자산운용사는 물론 삼성과 시스코 시스템즈 등 기술기업도 참여했다. 그록은 자사의 칩이 삼성을 포함한 파트너와의 협력 아래 북미에서 설계, 제조, 조립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록은 2016년에 설립된 회사로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특히 그록이 개발한 AI 칩인 '언어 처리장치'(LPU)는 추론에 특화됐다. 추론이란 이미 훈련된 AI가 제시되는 질문에 답하고 예측하고 새로운 데이터에 기반해 결론을 도출하는 일상적인 처리 과정을 뜻한다.
그록의 CEO인 로스는 그록의 LPU가 메모리를 내장한 설계 덕분에 GPU(그래픽 처리장치)보다 더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고 설명해왔다. 엔비디아의 GPU는 전력 소모가 크고 AI 모델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더 필요하다.
학습된 AI 모델이 다양하게 시장에 등장하면서 최근 AI 추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그록을 포함한 여러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전력 소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추론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설계하는데 주력해왔다.
로스는 AI 선구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에게 배웠으며 구글에서 일하며 구글의 맞춤형 AI 칩인 TPU(텐서 처리장치) 개발을 처음 시작한 인물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그록의 네트워크 연결 지연이 낮은 프로세서를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해 AI 추론 및 실시간 워크로드를 좀더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그록을 인수하지 않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기술과 인재만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황은 이메일에서 "그록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지식재산권(IP)은 라이선스하지만 그록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에도 AI 하드웨어 스타트업인 엔패브리카의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CEO를 비롯한 일부 직원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9억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최근 대형 기술기업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수·합병(M&A)보다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메타 플랫폼스는 스케일 AI에 14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스케일 AI의 CEO를 영입했다. 구글은 지난해 캐릭터.AI의 기술을 라이선스하면서 핵심 경영진을 구글에 합류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 AI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핵심 인재를 확보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이유는 반독점 규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데다 핵심 인재와 기술만 빠르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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