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모습. 연합뉴스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이 2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윤석열 등 내란·외환 사건 피고인들의 항소심을 맡게 될 서울고법에는 최소 3개 전담재판부가 설치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은 ‘사후 입법’ ‘무작위 배당 원칙 훼손’ 등 위헌 공세를 펴지만, 법원이 이미 운영 중인 각종 전담재판부 등에 비춰볼 때 재판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 판사회의 전권?
사무분담은 어느 법관이 어떤 재판부를 맡을지 지정하는 핵심 업무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두고 ‘판사회의에 전권을 줘서 위헌’이라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 사무분담은 헌법상 규정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변한다. 과거 주요 사건을 맡는 형사합의부나 영장전담 보직에 인사권을 쥔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이 선호하는 인사가 보임하며 판사 관료화가 심화했다. 1993년 3차 사법파동 뒤 법관회의(현 판사회의)에서 사무분담을 의결하기도 했지만, 슬그머니 법원장 권한으로 돌아갔다. 2020년 대법원 예규(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를 통해 사무분담 결정에 판사들이 참여하는 사무분담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설치됐다.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은 서울고법원장이 의장을 맡은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 수 및 판사의 요건 등 기준 마련→사무분담위원회에서 사무분담(재판부 구성)→판사회의 의결→판사 보임 순서로 진행된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24일 “법원장 권한을 판사회의가 가져가서 위헌이라는 주장은 현행 사무분담 실무와 맞지 않는다. 기존에도 판사회의에서 원칙을 정하고 사무분담위원회에서 사전 조율한 방향으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뤄져 왔다. 토론 과정이 있지만 법원장이 관여하거나 반대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② 사후 입법?
윤 전 대통령 쪽은 내란전담재판부가 군사법원 같은 ‘특별법원’이기 때문이라고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현재 서울고법에는 부패·선거·성폭력·의료·건설·노동·지식재산 사건 등을 전담하는 각종 전담재판부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사건을 맡을 전담재판부를 사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도 한다. 사후 입법을 통한 소급 적용이라는 것이다. 2004년 대법원은 예규를 통해 서울 등 5개 지방법원에 성폭력 전담재판부를 신설했다. 2013년에는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성폭력 전담재판부’ 지정을 명문화했다. 당시 이미 수많은 성폭력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담재판부 신설·명문화를 두고 재판 당사자는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사후 입법’ ‘소급 적용’ 논란은 없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③ 무작위 배당 원칙 훼손?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마지못해 내놓은 방안은 서울고법 16개 형사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먼저 한 뒤 전담재판부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전담재판부를 2개 이상 먼저 구성한 뒤 무작위 배당을 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모집단 규모가 16개보다 작아서 무작위 배당 원칙이 훼손됐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현재 서울고법은 부패전담재판부 3개(형사1·3·13부), 선거전담재판부 2개(형사2·7부), 선거·부패전담재판부 1개(형사6부) 등을 미리 지정한 뒤 관련 사건을 무작위 배당하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배당의 무작위성을 위해 2개 이상의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해 배당하는 것은 기존 방식과 차이가 없다”고 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법조인은 “법관 기피 등 ‘재판부 쇼핑’이 예상되기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는 적어도 3개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④ 재판 지연으로 윤석열 석방?
윤석열·김용현 등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재판부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제청하면 재판은 정지된다. 다만 판사회의 등을 통해 구성된 내란전담재판부가 사실상의 ‘재판부 셀프 위헌’을 선언할 가능성은 작다. 윤석열 등은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도 청구하겠지만, 이런 경우 내란 사건 재판은 중단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된다. 위헌 시비로 항소심이 지연되면 구속기간 만료로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내년 1월16일 체포방해 사건 등 1심 선고에서 중형이 예상되기 때문에 풀려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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