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펄펄 끓는 기름에 팔을 쑤욱…이제 급식도 AI로봇이 만든다

중앙일보 최충일
원문보기

펄펄 끓는 기름에 팔을 쑤욱…이제 급식도 AI로봇이 만든다

속보
합참 "북 24일 미사일 발사 징후 사전 인지…한미 정보당국 정밀분석 중"




‘튀김’ 터치하자 ‘로봇팔’이 알아서 척척



한순금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영양교사(맨앞)가 지난 19일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요리로 점심식사를 하는 가운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순금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영양교사(맨앞)가 지난 19일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요리로 점심식사를 하는 가운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튀김망을 들고 솥 중앙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설정하신 동작과 주기로 교반을 진행합니다.” 지난 19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3층 급식소. 조리사가 터치스크린으로 ‘튀김’ 메뉴를 선택하자 이런 내용의 기계음이 들렸다. 메뉴 선택 후 로봇팔 한 대가 새우튀김 재료를 담은 튀김망을 들고 직경 1m가량의 솥으로 움직였다. 솥 안에는 기름이 펄펄 끓고 있었다. 높이 1.7m, 길이 1.1m의 로봇팔이 조심스럽게 튀김망을 집어 기름솥에 내려놓자 '쏴아~’ 소리가 났다. 10여분 후 로봇팔이 튀김망을 천천히 들어 올린 후 망을 흔들며 기름을 털어냈다.



“급식 품질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지난 19일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점심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점심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런 방식으로 만든 새우튀김은 100인분. 급식에는 700인분이 필요해 이런 작업을 7번 진행한다. 이 학교 한순금 영양교사는 “700인분을 위해 기계 도입 전엔 3명이 뜨거운 기름과 씨름해야 했는데 지금은 1명이 조종만 하면 된다”며 “요리 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1시간 10분으로 절반가량 줄어 그만큼의 인력이 급식 품질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노력 들어가던 튀김, 볶음, 삶기 등 특화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가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새우튀김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가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새우튀김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이 학교에서 인공지능(AI)기반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해 이달 초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24일 도 교육청에 따르면 AI 조리로봇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보다 급식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AI조리 로봇은 조리흉(유독 증기) 노출이 잦은 튀김, 볶음, 면 삶기, 소스 조리 등 고강도·고위험의 공정을 주로 할 수 있게 설계됐다.




로봇 도입 후 조리흄 등 유해인자 접촉 줄어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들이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경희대 연구팀과 지난 9월과 11월 AI로봇의 시범 운영을 통해 조리 근무 환경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로봇 도입 전·후 같은 조건에서 작업환경의 유해요인 발생을 비교했다. 측정 결과 로봇도입 후 폐질환의 요인인 유독 증기 등 유해인자 접촉이 크게 줄었다. 도입 전보다 포름알데히드 91.3%,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83.8%, 이산화탄소 53.8%, 미세먼지(PM10) 60.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사자 근육 활성도는 최대 75% 감소하고 몸통·어깨 굴곡 등 동작 빈도는 72~79% 줄어드는 등 신체 부담도 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메라 통해 소스 투입 시점까지 AI가 판단”



지난 19일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요리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만든 요리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 학교에 도입된 AI 조리 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조리 상태를 실시간 분석, 화력과 조리 시간을 제어한다. 특히 가장 까다로운 공정 중 하나로 꼽혔던 소스 투입 시점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이 시점은 음식이 탈까 봐 조리사가 항상 긴장해야 했던 순간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경기도·강원도 등에 보급된 조리 로봇과 다른 점이라고 했다.



“새우튀김 더 바삭, 면요리 더 탱글”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가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새우튀김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종사자가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을 활용해 새우튀김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때문에 조리 시간이 관건인 튀김이나 삶아내는 음식의 식감이 균일해졌다는 평이 많다. 2학년 양소은 학생은 “새우튀김이 예전보다 더 바삭바삭해지고, 면도 더 탱글해지는 등 맛있어져 급식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유나 제주여상 학생회장은 “AI 급식조리 시스템이 전국 최초로 도입돼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특히 조리사분들이 건강과 체력을 잘 챙길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자동화 이면엔 인력 감축 우려 시선도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이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이 지난 1일 오후 제주시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급식실 조리공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제주형 학교급식 조리로봇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 학교에 도입된 조리 로봇은 대당 1억3930만원이다. 제주도교육청은 1년 정도 시범 운영을 한 뒤 내년에 만족도 조사와 운영 평가를 거쳐 추가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자동 시스템 확산에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조리 종사자의 근무 환경은 좋아지지만 동시에 관련 인력의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건강권 보장이 도입 이유...인력 축소 없다”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AI 조리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시선이 있지만, 관련 인력을 줄일 계획이 없다”며 “유해인자를 줄이고 대량 조리 부담을 낮추는 종사자 건강권 보장이 도입의 이유인 만큼 더 안전한 급식 제공 기반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