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사창가서 삼킨 '땅콩 10알' 정체

중앙일보 안덕관
원문보기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사창가서 삼킨 '땅콩 10알' 정체

서울맑음 / -3.9 °
■ 추천!더중플 - 강력계 25시

사건 기사에는 결과만 나옵니다. 누가 범인이고,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몇 줄을 위해 형사들은 며칠, 때론 몇 달도 버팁니다. '강력계 25시'(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00)는 경찰의 잠복과 탐문, 추적과 검거, 자백까지. 실전의 수사를 담은 더중앙플러스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열달간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그의 전대미문 도주극 진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모아 소개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중앙플러스(https://www.joongang.co.kr/plus)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① 한손 수갑 찬 유영철 도주극



형사들에게 한밤중의 비상만큼 싫은 것도 없다. 거의가 나쁜 소식뿐이다.

추적추적 비 내리던 2004년 7월 15일 심야. 베테랑 형사만 모인 서울청 기동수사대(광역수사대 전신, 이하 ‘기수대’).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2004년 7월 현장검증에 나섰을 때 모습. 맨 왼쪽이 당시 기동수사대 형사3계 김상중 형사다. 중앙포토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2004년 7월 현장검증에 나섰을 때 모습. 맨 왼쪽이 당시 기동수사대 형사3계 김상중 형사다. 중앙포토


기수대 형사3계 소속 김상중 형사와 그의 동료들은 며칠간 속옷도 못 갈아입은 채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국세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사흘 밤을 새워서 검거한 직후였다. 범인들은 불특정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을 환수해줄 테니 인지세(印紙稅)를 자신들 계좌로 입금하라”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거둬들였다.

보이스피싱은 이젠 전 국민이 다 아는 흔한 사기 수법이지만, 그 시절엔 듣도 보도 못한 신종 범죄였다. 그래서 검찰에 보낼 구속영장 서류 작업도 간단치는 않았다. 조원 모두 집에 들어가기는커녕 속옷도 못 갈아입고 사무실에 남았던 이유다. 피로와 탈진 속에서 관내의 수목이 흔들리는 소리만 스산하게 들릴 뿐.

그때 바로 위층에 있는 형사1계 사무실이 돌연 소란으로 시끄러웠다. 천장을 뚫고 나올 듯한 고성이 쏟아졌다. 김상중 형사의 후배 하나가 위층에 올라가 상황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 서남부 사건의 범인이란 놈이 달아났다는데요? "

서남부 사건.

2003년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서남부 일대에서 발생한 4건의 살인 사건이다. 피해자만 무려 9명에 달했다. 노부부를 노린 범행 수법이 유사해 동일범이 벌인 연쇄살인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즉각 강남 신사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대대적인 수사망을 펼쳤다. 하지만 금방 잡힐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곧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범인이 워낙 신출귀몰한 데다 흔적을 남기지 않을 만큼 노련했기 때문이다.

살인 사건 수사에는 기본적인 규칙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 가능성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가능한 모든 인력이 총동원된다. 골든타임은 길게 봐도 단 7일. 이후엔 증거가 훼손되거나 범인이 잠적할 공산이 커진다.

게다가 언론 노출이라는 리스크도 있다. 의욕이 넘치는 기자들의 특종 기사 때문에 수사에 혼선이나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현장이 아니라 신문사 편집국에서 수사가 조율된다는 냉소는 형사들 입장에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수사가 길어지면 상부에서도 예산 문제로 수사본부 인력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

수사본부는 모든 악재에 휘둘렸다. 반년 만에 해체되면서 형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사건을 기억하는 형사는 거의 없었다. 한때 수사본부 일원이었던 김상중 형사 정도를 제외하면.

" 걔 이름이 뭔데? " " …유영철? 그렇다던데요. "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형사 12명 있는데 걸어나갔다…한손 수갑 찬 유영철 도주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469




② 형사는 영등포 사창가 찍었다



유영철이 도주했다는 변고(變故)에 기동수사대(광역수사대 전신, 이하 ‘기수대’)는 발칵 뒤집어졌다. 얼마나 정신머리가 나갔으면 피의자의 간질병 연기에 수갑을 풀어주느냐, 자수서 하나 챙기러 간다고 둘이나 조사실을 비운 이유가 뭐냐, 사무실에 남은 형사들은 하나같이 얼빠져 잠이나 잔 거냐…. 강대원 대장의 호통에 형사1계 사무실은 차게 식어 있었다.

당시 강대원 대장의 계급은 경정이다. 경찰의 꽃이자 고위간부로 인정되는 총경 승진을 당연히 바라고 있다. 거기다 기동수사대 대장은 큰 사고만 안 치면 계급 승진이 보장된 자리다. 승진을 위해 여기저기 줄을 잡으러 다니는 동기들에 비하면 일은 고돼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그런데 자칫하면 경찰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에 이름을 남기게 될 판국이었다. 불과 대여섯 시간 전만 해도 연쇄살인 용의자 검거로 자축포를 터뜨렸는데 이제는 천당과 지옥 수준으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어떻게든 유영철을 잡아들여 사태 확전만큼은 막아야 했다.

가용 인원은 약 80명(형사1계~5계)이며, 이 중에서 행정 업무의 내근직과 타 사건에 배정된 경력(警力)은 제외했다. 이 인원으로 마포 일대는 물론, 유영철이 최초 검거된 신촌오거리, 거기다 외지로 도주할 가능성을 고려해 서울의 주요 시외버스터미널과 전철역까지 모두 커버해야 한다. 2인 40개 조를 구성해도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기수대는 유영철의 은신처조차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강대원 대장은 서울 어느 지역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 채 형사들을 거리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계란 문대는 놈, 유영철이야” 형사는 영등포 사창가 찍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50



③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했다



기수대 형사3계 2반은 김상중 형사의 쏘렌토와 권영준 형사의 마티즈로 나눈 2개 조로 영등포 일대를 돌며 유영철을 수색 중이었다. 오전 10시를 갓 넘긴 때로 대로변에는 행인들로 가득했다. 외근을 나온 직장인들이며 주부들, 천막을 치고 장사 중인 행상인들이 뒤섞여 있다. 거기다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까지 더해져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민관덕 형사가 말했다.

" 형님, 저기요. " " 뭐? " 선배들은 막내의 말에 심드렁했다.

" 버스정류장에 주저앉아 있는 저 새끼, 계란으로 얼굴 문대고 있는데… 유영철 아닙니까. "

권영준 형사가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았다. 막내의 말대로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사내가 눈가에 계란을 대고 있다. 한쪽 어깨엔 배낭을 메고 남은 손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든 채다. 형사들이 일제히 차에서 뛰쳐나가 사내를 에워싸고는 모자를 뒤집어깠다. 유영철이었다.

낭보를 전해 들은 김상중 형사가 쏘렌토를 몰고 오자 형사들은 유영철을 뒷좌석에 밀어넣었다. 그때 유영철은 기이할 정도로 격분하며 저항했는데, 자신을 붙잡은 민관덕 형사가 순경인 주제에 욕을 하면서 뺨을 쳤다는 게 이유였다. 김상중 형사는 조용히 타일렀다.

“진정해라, 여기선 내가 대장이다. 나와 얘기하면 된다.”

재검거 당시 유영철이 소지한 가방과 비닐봉지에는 수면제 320알과 수갑, 위조된 경찰 공무원증이 있었다. 모두 추가 범행을 위한 도구로 봐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자 멍하게 허공을 보는 유영철의 태도는 확실히 이상했다. 수면제를 먹었느냐고 추궁하자 그건 아니라면서도 그 대신 땅콩을 10알 정도 삼켰다고 했다.

땅콩, 즉 ‘덱스트로 메트로판’이란 기침 억제제를 뜻하는 사창가 은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했다, 성매매촌서 삼킨 '땅콩 10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8501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전대미문의 도주극 모아보기



① 형사 12명 있는데 걸어나갔다…한손 수갑 찬 유영철 도주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469

② “계란 문대는 놈, 유영철이야” 형사는 영등포 사창가 찍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50


③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했다, 성매매촌서 삼킨 '땅콩 10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8501


■ 강력계 25시

[인천 간석동 폭파 농성①]“건물 폭파시킨다, 다 뒈질래?” 고시텔 원장의 ‘8억 농성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0199

[인천 간석동 폭파 농성②]고시원에 가스통 7개 숨겼다…“尹정부 출범 전 폭파범 잡아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1946




[인천 간석동 폭파 농성③]할머닌 왜 고시원 폭파 도왔나…605호 기이한 동거의 결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3671


택시 기사 17번 찌른 그놈들, 16년뒤 ‘휴지 1장’이 까발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5482


“시X, 백개는 땄어야 했는데” 2호선 막차 살인마의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159


“기분 더럽게 왜 지가 했대?” 정남규 욱하게한 ‘유영철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8792


“차 3대 살게요” 전화한 그놈…피자 먹으며 女딜러 토막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363


여자들 몸까지 닦고 튀었다…술집사장 136명 겁탈한 그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2083


강남 칼부림 230명 다 놔줬다…“경찰, 범서방파 관작업 당했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4018


“사시미칼 특공대 7인 매복” 범서방파 vs 칠성파 전쟁 전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5865




“내 누군지 아니?” 성형 호빠男, 연변서 보이스피싱 황제 됐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767
2

“그 형사놈 팔다리 가져와라” 보이스피싱 황제, 2억 걸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9583


당선 후 전깃줄로 목 졸렸다…145억 대구의원 ‘지옥 인터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1540


女시신 가슴에 이빨자국 남겼다…대림동 살인마 열받는 최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988


판교 IT맨, 손톱 뽑혀 죽었다…캄보디아 똑 닮은 ‘10년전 지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848


강남女만 13명 납치했다…‘악마 4인조’ 지하방서 벌어진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7706


바람 피우며 전처 연인 찔렀다…강남 고터 살인, 수배 17년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9785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