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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그 배우 맞아? 한국 시청자 사로잡은 적군파 단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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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그 배우 맞아? 한국 시청자 사로잡은 적군파 단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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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 '슈퍼 해피 포에버'에 출연한 야마모토 나이루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 출연한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 찬란 제공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 출연한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 찬란 제공


“도착해서 한국 풍경을 보니 왠지 굉장히 안심이 됐어요. 오기 전까지 일본에서 정신없이 바빴거든요. 한국이 내게 그런 존재가 되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서점에서 국내 기자들을 만난 일본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32)는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건넨 뒤 “’굿뉴스’ 촬영 때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지금은 어딘가로 사라졌다”면서 웃었다. ‘굿뉴스’로 처음 그의 연기를 본 관객이라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표정의 얼굴이었다.

24일 개봉한 일본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역시 야마모토의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의 독립영화 경쟁부문 베니스 데이즈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5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바닷가 휴양지를 다시 찾으며 겪는 상실의 고통을 그린다. 현재-과거-현재로 이어지는 구성에서 야마모토는 과거 부분에 등장해 주인공 사노와 처음 만나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나기를 연기했다. ‘굿뉴스’의 아스카와 달리 차분하고 다정한, 지극히 일상적인 캐릭터다.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서 극 중 사노와 나기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찬란 제공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서 극 중 사노와 나기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찬란 제공


“(극 중 사노의 친구를 연기한) 미야타 요시노리를 한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에게 추천해 출연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나기 역 대사만 기억하면 된다고 해서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여름밤을 만끽하고 두근거림을 느끼며 연기했죠.”

영화에서 사노는 5년 전 아내 나기가 잃어버린 빨간 모자를 찾아 헤맨다. 사노와 나기를 이어줬던 모자는 사소한 소품인 듯싶지만, 과거 누군가의 추억이 다른 이의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마모토는 “지구상에 사는 이상 우리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도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가라시 감독에게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눈앞에 없어진다고 해도 그것을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내 기억에서 계속 존재하게 된다”며 “그래서 작품을 통해 조금 구원을 받았다고 할까, ‘슈퍼 해피’라고 생각했던 것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서 나기 역을 연기한 야마모토 나이루. '굿뉴스'보다 1년 전 찍은 작품이다. 찬란 제공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에서 나기 역을 연기한 야마모토 나이루. '굿뉴스'보다 1년 전 찍은 작품이다. 찬란 제공


야마모토는 평범한 듯 독특한 배우다. ‘일단 좋아하는 것만 해보자’는 생각에 진학도 취업도 계획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부터 그렇다. 배우가 된 것도 모델 활동을 하다 2019년쯤 ‘연기를 해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2022년 주연작 ‘고양이는 도망쳤다’로 이름을 알린 뒤 주로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슈퍼 해피 포에버’의 나기처럼 직접 사진 동인지를 만들기도 한다.


출연작이 아직 많지 않지만 그는 섬세한 연기와 개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굿뉴스’ 덕에 국내 팬도 많이 늘었다. “’굿뉴스’처럼 큰 규모 영화는 처음이기도 했고 한국에서 오래 머무는 것도 처음이어서 모든 게 새로웠어요. 남자들과 싸우는 인물이니 적군파 캐릭터 중에서 가장 멋진 인물로 그리고 싶었죠. ‘굿뉴스’ 후에 한국 분들이 굉장히 많은 메시지를 줘서 놀라기도 했고, 이번 영화를 보러 와서 저를 환영해 주신 분도 많아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화 '굿뉴스'에서 일본 비행기 납치범들인 적군파의 유일한 여성 단원 아스카를 연기한 야마모토 나이루. 넷플릭스 제공

영화 '굿뉴스'에서 일본 비행기 납치범들인 적군파의 유일한 여성 단원 아스카를 연기한 야마모토 나이루. 넷플릭스 제공


배우로서 이제 몇 발자국을 뗀 시점, 야마모토 나이루는 배우로서 포부를 묻자 “앞일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렵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짓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제대로 말하자면 어떤 배우라기보단 어떤 나 자신으로 있어야 하나 생각하게 되는데, 성실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