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건 14년만에 ‘사회적 참사’ 규정
생애 전 주기 지원-추모사업도 추진
정부 내년 100억원 배상금 출연
李 “온전히 배상하고 맞춤형 지원”
생애 전 주기 지원-추모사업도 추진
정부 내년 100억원 배상금 출연
李 “온전히 배상하고 맞춤형 지원”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희귀 질환 환우 및 가족들과의 소통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불거진 지 14년 만에 ‘사회적 참사’로 공식 규정하기로 했다. 또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에서 기업-국가로 확대하고 기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높이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쓴 소비자의 폐 손상 등이 발생한 사건이다. 2011년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역학조사를 진행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최초로 확인했다. 공식 사망자는 1382명이고, 피해 신청자 8035명 중 5942명에 대한 피해가 인정됐다. 실제 직간접적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 논란 발생 뒤 14년 만에 ‘사회적 참사’ 규정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하고,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며 “학생, 군 복무 중 청년, 직장인 등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세심히 살필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할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개정 또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과 국가로 넓혀, 정부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2021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배상금 출연을 내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손해배상 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한다.
앞으로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사고로 장래 벌 수 있었던 소득을 잃은 손해인 ‘일실이익’, 위자료 등도 지급한다. 피해자는 일시금을 받을지, 일부 금액을 먼저 받고 치료비를 계속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이미 구제급여 등을 받은 피해자도 사안에 따라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책임 있는 기업이 분담금을 내지 못하면 해당 기업의 지배회사(지주사)가 납부 대상에 제한적(보유 지분 한도)으로 포함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 피해자 생애 전 주기 지원, 추모 사업도 추진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피해자를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피해 청소년은 중고교 진학 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기를 원할 경우 우선 배정받는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활용해 대학 등록금도 일부 지원한다. 올해 기준 피해 초중고교생(2007∼2017년생)은 914명이다. 피해 학생은 학기 초에 진단서를 한 번 제출하면 해당 학기의 질병 결석 증빙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
피해 청년이 군에 가면 소총, 박격포 등 몸을 많이 쓰는 특기에서 제외된다. 사회 진출 시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현행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국가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추모 행사를 개최할 방침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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