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
삶의 끝을 의식하는 나이로 세상을 바라보니, 현대 인류는 죽음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태도로 질주하는 청년처럼 보인다. 영원한 성장이 가능할 듯 경제성장률과 GDP 확대만을 외치는 목소리 속에, 물질적 풍요란 모토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 세계를 휩쓸어 간다. 그러나 불과 200년의 산업 활동만으로도 인류는 지구 표면을 비가역적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중이다. 그 와중에 기후위기 속 인류의 존속 가능성, 문명의 회복력 같은 거창한 고민이 개인적 생각과 뒤섞인다.
시선을 더 멀리 두면 결국 가장 근원적인 실존적 고민에 이르곤 한다. 나라는 개인의 죽음, 화석 속 생명처럼 언젠가 인류도 필연적으로 맞이할 멸종, 약 10억 년 후 밝아진 태양으로 인해 고등 생명은 살아갈 수 없는 황량한 공간이 될 지구.
과학이 들려주는 이 모든 객관적 사실과 피할 수 없는 종언의 운명 앞에서 21세기에 발 딛고 있는 내 삶의 의미,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과 사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하곤 한다.
몰아치는 생각의 흐름 속에서도 불현듯 신정에 찾아올 두 아들이 떠올랐다. 함께 즐길 음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138억 살의 우주 속 또 한 바퀴의 공전을 준비하는 지구 위, 영겁 속 찰나의 시간을 공유하는 독자 여러분은 미래의 어느 곳을 바라보며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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