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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포폰 막자고 안면인증... 얼굴정보 해킹되면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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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포폰 막자고 안면인증... 얼굴정보 해킹되면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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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날부터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휴대전화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개통할 때 안면 인증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한다. 연합뉴스

23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날부터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휴대전화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개통할 때 안면 인증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한다. 연합뉴스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가입자 얼굴 정보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안면 인증제’가 시범 도입됐다. 대포폰 개설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금융거래에서까지 활용되는 생체 정보가 다른 개인정보처럼 해킹당할 수 있다는 꺼림칙함을 지울 수 없다. 성급한 의무화보다는 대체 인증 수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23일부터 휴대폰을 개통하는 소비자는 얼굴 정보 인증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대면, 알뜰폰은 비대면 인증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가입신청서를 쓸 때 실물 신분증만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이통사들이 만든 패스(PASS)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 사진을 찍어 확인하는 단계가 추가된다. 내년 3월 정식 도입된다. 절차가 번거로워진 것은 대포폰 때문이다. 대포폰은 피싱 등 각종 범죄에 빠지지 않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고, 최근 5년간 경찰에 적발된 것만 25만 건에 이른다.

필요성에 일부 수긍이 가지만, 정작 이렇게 모인 얼굴 정보 자체가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인증에 쓰인 얼굴 정보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민이 쿠팡·이통사·포털을 믿고 맡긴 정보가 이중 삼중으로 다 털린 마당에, ‘유출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만으로 민감 정보 수집의 당위성이 모두 설명된다고 보기 어렵다. 비대면 인증의 경우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얼굴 도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이름·전화번호·비밀번호는 바꿀 수 있지만, 얼굴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바로잡을 방법조차 찾기 힘들다.

이번 안면 인증제 시행은 정부 차원에서 국민을 상대로 얼굴 정보 제공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사실상의 첫 조치다. 중국처럼 정부가 국민 얼굴 정보를 일일이 관리하는 빅브라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국내 기업의 해킹 대응 능력은 바닥인 상태에서, 다른 개인정보와 차원이 다른 민감 정보를 공론화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강제로 수집하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얼굴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열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