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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12월 24일 韓 최초 성탄 트리 세우다[이문영의 다시 보는 그날]

동아일보 이문영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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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12월 24일 韓 최초 성탄 트리 세우다[이문영의 다시 보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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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동아일보DB

2022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동아일보DB


이문영 역사작가

이문영 역사작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닐까. 크리스마스트리는 14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제빵사 길드가 성령병원에 커다란 전나무를 장식한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이때 트리에는 생강과자와 웨이퍼, 견과류 등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새해가 되면 나무를 흔들어 떨어진 것들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트리에 반짝이는 전구를 달게 된 것은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와 관련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숲길을 산책하던 루터는 전나무 가지 사이로 밤하늘의 별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저 전나무처럼, 우리도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가족에게 전하기 위해 나무를 집으로 가져와 촛불을 켜서 장식했다. 루터의 일화로부터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을 설명하는 해석도 있다. 루터는 트리 위에 아기천사를 장식했는데, 이는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했음을 알려준 천사를 상징하는 장치였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이 두 기원은 증명된 사실이라기보다 구전을 통해 전해진 산물이다. 다만 15세기 전후 독일 지방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성탄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문화는 이후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됐는데, 이 과정에서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를 장식하던 아기천사는 점차 베들레헴의 별로 대체됐다. 베들레헴의 별은 동방박사가 구세주의 출현을 알리는 상징으로, 희망을 의미했다. 별이 아기천사보다 만들기 쉽다는 점과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다섯 가지를 상징한다고 해석되곤 한다. 푸른 상록수는 영원한 생명, 삼각형은 삼위일체, 촛불은 세상의 빛인 그리스도, 붉은 원형 장식은 에덴동산의 선악과, 별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지닌다.

가톨릭의 상징인 바티칸 성당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것은 1982년에 이르러서였다. 우리나라에서 기록으로 확인되는 최초의 트리는 1886년 12월 24일 이화학당에 세워진 것이다. 메리 스크랜턴 당시 학장이 세웠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각광받는 나무는 한반도 자생의 구상나무로,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의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구상나무는 키가 작은 상태에서도 원뿔꼴로 예쁜 모습을 지니고, 잎도 잘 떨어지지 않아 가정용 트리에 안성맞춤이다. 제주도에서는 원래 성게를 뜻하는 ‘쿠살’과 나무라는 뜻의 ‘낭’을 합해 쿠살낭이라 불렀는데, 이 이름이 구상나무로 변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2011년에 우리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에 올렸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없어지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전통적으로 트리 꼭대기에 올리던 베들레헴의 별이 십자가로 대체돼 사라지는 중이다. 희망의 상징이던 별이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의미하는 십자가로 바뀌는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일이다.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이고 꿈과 희망을 품는 때라 볼 때 십자가는 너무 엄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있다.

이문영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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