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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생애 전 주기’ 세심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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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생애 전 주기’ 세심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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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전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환경보건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환경보건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24일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공동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한 데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습기살균제가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15년 만에 온전한 피해 지원이 이뤄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의 핵심은 그간 행정적 피해구제에 국한했던 정부 역할을 적극적인 배상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 분담금(2500억원)과 일부 정부 출연금(225억원)을 토대로 구제급여 등이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정부 주도로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손배 청구권 시효 폐지·중단
피해자가 ‘배상금 방식’ 선택
중고교 배정·자대 배치 등
학업·병역·취업 과정 뒷받침
피해 단체 “제대로 이행하길”

2019~2021년 이후 중단된 정부 출연이 내년 100억원을 시작으로 재개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시효를 폐지하고 단기 소멸시효는 중단한다. 정부는 치료비와 사고로 인해 잃은 소득,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 손해 전반을 배상하기로 했다. 피해자는 배상금을 한 번에 받거나, 일부를 먼저 받은 뒤 치료비를 지속적으로 지원받는 방식 중 선택하면 된다.

피해자 지원은 학업과 취업, 사회 진출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이뤄진다. 2025년 기준 피해자 중 초중고생은 914명이다. 병역 판정 대상은 2029년까지 632명, 20~30대 피해자는 1085명으로 추산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하면 우선 배정하고, 대학 등록금 일부를 지원한다. 질병으로 인한 결석 인정 기준도 완화한다. 질병결석 인정 사유를 병원 진료에 한정하지 않고, 질환으로 인한 가정 요양이나 정신건강 진단·모니터링 참여까지 포함시킨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피해 청년에 대해서는 건강 특성을 반영한 병역 판정체계를 마련한다. 사회복무요원은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를 배제하고, 현역 입대 시 신체 활동이 많은 주특기 배정에서 제외한다. 취업을 앞둔 피해 청년은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도전지원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받게 된다.

치료 과정의 불편도 줄어든다. 본인일부부담금의 경우 치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납한 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정산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건강 피해 인과관계 연구 범위는 기존 호흡기 질환 중심에서 만성·전신 질환과 후유증까지 넓힌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전면 개정할 방침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인 ‘8·31 사회적가치 연대’의 채경선 대표는 “그동안 피해자 단체에서 요구하고 제안한 방안들이 거의 다 수용된 대책”이라며 “지난 14년간 이어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운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현장에서 약속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라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됐고, 2014년 환경부가 피해구제 절차를 시작했다.

2022년 피해자와 기업이 민간조정기구를 통해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기업별 합의금(최대 약 9000억원) 분담액을 두고 이견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정부는 “2026년을 피해구제 방식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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