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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나무 아니야?” 딱 하루 쓰고 ‘내동댕이’…성탄절 뒤 ‘플라스틱 지옥’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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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나무 아니야?” 딱 하루 쓰고 ‘내동댕이’…성탄절 뒤 ‘플라스틱 지옥’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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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거리에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 김광우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거리에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가로수인 줄 알았다”

서울 한 거리에 놓인 초록색 나무. 언뜻 보면 가로수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무단투기한 ‘플라스틱’ 쓰레기다.

쓰레기의 정체는 인조 크리스마스트리. 누군가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뒤, 소품을 그대로 버린 흔적이다. 이맘때쯤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는 유독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날. 각종 선물과 음식 등 소비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트리는 유독 나쁜 쓰레기. 재활용도 되지 않는 데다, 각종 장식품 등 여타 쓰레기도 유발한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트리를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신구들이 진열돼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트리를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신구들이 진열돼 있다. 이상섭 기자.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절 연휴에는 쓰레기 배출량이 평소에 비해 25%가량 증가한다. 각종 소비가 늘어나는 영향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연말 특수까지 겹치며, 사람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참여하는 ‘축제’가 펼쳐지는 셈.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길거리도 알록달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물든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길거리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소비에 뒤따르는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영향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도매 상가에 다양한 트리와 장식품이 진열되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도매 상가에 다양한 트리와 장식품이 진열되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중에서도 덩치가 큰 ‘크리스마스트리’는 골칫거리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딱히 보관할 곳이 없는 트리를 처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심지어 제대로 된 배출 방법을 지키지도 않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내놓은 경우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심지어 대다수 트리는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마당 없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실제 나무를 트리로 이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간편한 플라스틱 트리를 구매해, 조명 등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비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일회성 이벤트로 구매가 많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를 검색하면, 최저 1만원대 상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량이 많은 트리들도 모두 ‘복합 플라스틱’ 소재. 비싸면서도 관리도 어렵고, 병충해 우려도 있는 나무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약 2m 크기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생산되고 매립되기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40kg에 달한다. 한 번에 606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생산·폐기하는 수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트리를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신구들이 진열돼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트리를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신구들이 진열돼 있다. 이상섭 기자.



기본적인 배출 방법도 쉽사리 지켜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부품을 분해해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분리가 되지 않을 경우 대형폐기물 신고를 하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제대로 버린다고 해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 플라스틱과 함께 금속 등 복합 재질로 구성돼 있어, 재활용 공정에 포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리 쓰레기가 그대로 소각될 경우 유해물질을 배출해, 대기오염을 일으킨다. 매립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토양오염을 유발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친환경 재활용품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유 장식.[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친환경 재활용품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유 장식.[서울성모병원 제공]



그야말로 ‘환경 오염’과 직결된 쓰레기인 셈. 심지어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쓰이는 플라스틱 장식들도 문제다. 알록달록한 색감 등으로 소재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 특히 반짝이 장식 등은 이미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이 사용돼, 미세플라스틱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보다 더 친환경적인 소재와 방법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씻은 재활용 페트병과 휴지 심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주목받은 바 있다. 소재는 병원 근무자와 병동 환자, 보호자들이 직접 수거해 제공했다.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서울 노들섬에 화장품 공병 1332개로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제가 되는 일부 백화점 브랜드들에서도 되도록 실제 나무를 이용하거나, 이전에 쓰던 장식을 재활용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의 ‘자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녹색연합의 ‘자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인천녹색연합 제공]



온라인에서는 일반 가정에서도 친환경 트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인천녹색연합은 ‘자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를 열고, 나뭇가지와 쓰다 남은 빵 끈 등 각종 재사용 재료로 트리 장식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생화와 페트병, 종이팩 등 다양한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트리 제작 방법이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구 환경부)는 자체 카드뉴스 등을 통해 매년 친환경(에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갖고 있던 화분으로 트리 만들기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 사용 ▷다회용기로 파티 즐기기 등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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