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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성착취물 누리집 차단” 지시했지만…심의 기구는 마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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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성착취물 누리집 차단” 지시했지만…심의 기구는 마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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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0개 여성단체가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하루빨리 구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0개 여성단체가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하루빨리 구성하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접속 차단을 심의할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접속 차단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겨운 국가 시스템 부재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0개 여성단체는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시스템의 복구가 시급하다”며 “성평등 관점을 가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옛 방심위) 심의위원을 즉각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누리집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이 확산하는 문제에 대해 ‘누리집에 성착취물 비율이 70% 이상이어야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누리집에 일부라도 (성착취물이) 있으면 차단되도록 방미심위에 요청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는 현재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방미심위 기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방미심위는 성착취물 삭제와 누리집 차단을 강제할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지만, 위원 정족수 부족으로 지난 6월부터 모든 심의가 멈췄다. 지난 10월 방심위가 방미심위로 개편됐으나 현재까지 9명 위원 중 단 1명도 임명되지 않았다. 그 사이 방미심위에는 1만4천여건(지난 10월 기준)이 넘는 성착취물이 방치되고 있다. 방미심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성착취물 70% 이상이어야 누리집 차단’이라는 기준은 2기 방심위(2011년∼2014년) 전체 회의에서 논의됐던 하나의 예시라 계량적 기준은 아니”라며 “불법적 내용이 일부라 하더라도 누리집 전체에 대해 위원회 의결로 시정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 대해서는 “방미심위가 구성되면 기준을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성착취물의 비중과 관계없이 누리집의 빠른 차단을 위해선 방미심위 구성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방미심위 위원 중 3명에 대해, 국회는 6명에 대해 임명할 책임이 있다. 방미심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이 대통령과 국회에는 없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방미심위는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을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데 여야 갈등으로 구성이 미뤄지고 있다. 동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도 “온라인에서 성폭력 산업에 직접 개입하는 운영자뿐 아니라 이로 인해 수익을 얻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방미심위 구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미심위가 구성돼 성착취물 누리집을 차단하더라도, 또 다른 누리집이 생겨나거나 접속을 우회할 수 있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성착취물 누리집이 해외에 근간을 두고 있어 차단이 어렵거나, 차단됐더라도 아이피(IP) 주소를 우회하면 접속 가능한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폐쇄를 위해선 다른 국가를 설득해 공조하는 시스템 구축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리집 운영자에 대한 처벌과 범죄수익 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국내에 등록된 전기통신 사업자들은 성착취물 유통 방지를 위한 의무를 지고 있지만, 존재 자체가 불법인 누리집 운영자들은 책임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다”며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돼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게는 1년6개월형이 선고됐다. 수사기관이 ‘범죄단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량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운영자가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범죄수익 몰수도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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