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낙폭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
외환당국 "정부 의지·능력 곧 확인할 것"…고강도 구두개입
원, 달러 환율 시간대별 추이/그래픽=이지혜 |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과 세제 혜택 정책이 발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급락했다. 하루 새 30원 넘게 떨어졌다. 3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3.8원 내린 1449.8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달 6일(1447.7원) 이후 최저치다.
하루 낙폭은 2022년 11월11일(-59.1원) 이후 최대치다. 당시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확산되며 환율이 급락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장시작 직후부터 환율 끌어내리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는 오전 9시1분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을 내놨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 명의다.
당국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기관별 담당 조치를 발표한 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다는 점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고점 수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전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나타냈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1483.6원)는 연고점(1484.1원·4월9일)까지 불과 0.5원을 남기고 바짝 다가섰다.
강도 높은 메시지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표 5분도 안 돼 환율은 1460원대로 밀렸다. 낙폭을 키우며 장중 저가 1449.3원을 찍었다. 시가(1484.9원)보다 35.6원 낮은 수준이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8.70 포인트(0.21%) 내린 4108.62 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2.00원(2.16%) 내린 1451.60원. /사진=뉴시스 |
기재부는 세제 혜택 카드까지 꺼냈다.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준다. 국내 복귀 시기가 빠를수록 혜택은 커진다.
거래량이 줄어 수급 영향력이 커지는 연말 특성을 겨냥했다. 당국이 이례적인 수급불균형 완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배경이다. 연말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한 총력전이다.
외환당국은 지난주에도 수급불균형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기재부는 △선물환 포지션제도의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등을 발표했다. 한은은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키로 했다.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기는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에 이자도 지급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다양한 수급 대책으로 원화 약세 심리가 진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국민연금 환헤지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제 수급 흐름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세제 카드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실제 외환 수급 개선과 일방적이었던 원화 약세 심리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낮지만, 단기적으로는 세제 혜택을 위한 차익실현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내놓은 공급 대책도 시차를 두고 달러 수급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환헤지도 본격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뿐 아니라 실제 수급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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