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뉴스핌] 이찬우 김승현 기자 = 운전의 정의가 달라지는 순간은 조용하게 찾아왔다. 테슬라 모델X에 탑재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를 활성화한 뒤부터, 운전자는 더 이상 차를 '조작'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을 감시하고 판단을 '감독'하는 역할에 가까워졌다.
테슬라가 말하는 FSD는 이름만 보면 '완전자율주행'처럼 들리지만, 현 단계에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넘어선 '주행 자동화 패키지'에 더 가깝다.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기반으로 차로 유지와 가감속은 물론 차선 변경, 합류·진출, 신호와 주변 객체 인식까지 주행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처리한다.
테슬라가 말하는 FSD는 이름만 보면 '완전자율주행'처럼 들리지만, 현 단계에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넘어선 '주행 자동화 패키지'에 더 가깝다.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기반으로 차로 유지와 가감속은 물론 차선 변경, 합류·진출, 신호와 주변 객체 인식까지 주행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처리한다.
다만 운전자가 책임에서 완전히 빠지는 구조는 아니다.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 시 즉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스템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핸들 터치를 요구한다. '운전을 대신해준다'라기 보다는 '운전의 대부분을 처리하되, 책임은 운전자에게 남겨둔다'는 성격이 더 정확하다.
테슬라 모델 X FSD 탑재 차량. [사진=이찬우 기자] |
그럼에도 FSD를 작동시키는 과정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차량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FSD 작동하기' 탭을 한 번 터치하자 기능은 바로 시작됐다. 복잡한 설정도, 별도의 학습 과정도 없었다. 시스템은 망설임 없이 주행을 이어가며 "이제 내가 갈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최근 진행한 시승은 경기 동탄시에서 출발해 용인 에버랜드까지 구간이었다. 편도 기준 약 30km 안팎의 거리로, 오후 6시에 출발해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퇴근 시간대의 도심 정체 구간부터 점차 차량 흐름이 풀리는 간선도로, 그리고 밤이 깊어지며 한산해진 고속도로 주행까지 FSD의 실력을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주행 실력은 웬만한 '사람 운전자' 못지 않았다. 오히려 과격하거나 미숙한 운전자들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적절한 속도로 주행했으며, 차선 변경이 필요할 때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차선을 바꿨다. 차선을 변경하려다가도 옆 차선에 갑작스럽게 장애물이 생기면 즉시 원래 차선으로 복귀해 흐름을 이어갔다. '될 때 움직이고, 아닐 때 기다린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졌다.
테슬라 모델 X FSD 기능이 작동되고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
좁고 굴곡진 고속도로 램프 구간도 문제없었다.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며 램프를 빠져나왔고, 다시 속도를 올리며 신속하게 본선에 합류했다. 현재 대부분 차량에 탑재된 크루즈 기능이 차선 유지와 속도 유지에 집중한 나머지 램프 구간에서도 설정 최고속도를 유지해 아찔한 순간을 만들곤 했던 것과 달리 FSD는 그런 상황을 철저히 예방했다.
주행 모드는 성격이 뚜렷했다. '나무늘보'는 매우 천천히 가기 때문에 일반 도로보다는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어울렸고, '컴포트'와 '스탠다드'는 도심에서 가장 자연스러웠다. '신속 주행'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적당한 추월을 곁들이며 시원한 주행감을 선사했고,
가장 빠른 모드인 '매드맥스'는 말 그대로 속도감 있는 주행을 펼치며 규정 속도를 시속 10km 안팎으로 넘나들었다. 여기에 1차선을 막는 앞차를 향한 쌍라이트나 '작은 크락션' 같은 기능이 있었다면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더 맞았을 수도 있겠다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운전자가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그저 앞을 주시하고, 가끔씩 핸들만 만져주면 됐다. 동탄에서 에버랜드까지 주차를 제외하면 약 2시간 동안 운전에 개입한 것은 전방 주시와 핸들 터치 뿐이었다. '내가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으면, 운전자는 어느새 뒷좌석 동승자처럼 편안한 주행을 선물받는다.
계기판에서는 FSD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주변 정보를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로 인지하고, 받은 정보를 그대로 운전자에게 보여준다. 도로 위 사람과 신호등, 오토바이도 예외가 아니다. 각 사물의 형체를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하고 표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슬라 모델 X FSD 탑재 차량. [사진=이찬우 기자] |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선 적도 있었다. 보행자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나간 뒤에도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이면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다. 빨간불로 바뀌고서야 출발하는데, 이런 '규칙 우선' 성향이 테슬라 자율주행의 결을 보여준다.
또 보행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잠시 정차한 뒤 출발하는 장면이 있었다. 안전을 한 번 더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혼잡한 도로에서는 판단력이 더 도드라졌다. 차량이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변경하려는 순간 갑자기 멈춰섰는데, 바로 옆 차선에 차량이 급격히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후 시스템은 원래 차선이 더 원활하다고 판단했는지 차선 변경을 포기하고 기존 차선으로 주행을 이어갔다. '밀어 넣기'보다 '흐름 유지'를 택하는 쪽이었다.
테슬라 모델 X FSD 탑재 차량. [사진=김승현 기자] |
고속도로 진입을 위한 좁고 굴곡진 램프 구간은 물론 하이패스 구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탄 시내에서 고속도로 진입까지 약 15분간 운전자는 정면만 응시했을 뿐, 별다른 개입 없이 주행이 이어졌다.
전방에 방지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계기판에는 특별히 방지턱 표시가 없었지만, 카메라로 도로 상황을 판단해 주행하는 모습이었다. 연속된 코너 구간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를 계산해 주행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인코스를 적절히 이용하는 셈이다.
물론 오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갑자기 와이퍼가 작동하는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다만 테슬라의 방식은 '완벽한 기능을 한 번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데이터로 메우는 것'에 가깝다.
테슬라 모델X 차주에 따르면 테슬라 측은 차주들을 대상으로 불만 사항이나 개선 사항을 꾸준히 리포트 받고, 이를 데이터로 수집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반영한다고 한다. 단점이 발견되면 다시 보완하고, 다시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시스템이 계속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승이 보여준 결론은 분명했다. FSD는 운전을 없애지 않았지만, 운전의 중심을 옮겼다. 조작은 줄었고 판단은 시스템이 더 많이 맡는다. 운전자는 조작자가 아니라 감독자로 이동하고 있다. 퇴근 시간의 혼잡한 도로를 지나 한산한 밤 고속도로까지, 그 변화는 이미 도로 위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었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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