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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최신 치료 ‘하이펙’ 효과 있을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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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최신 치료 ‘하이펙’ 효과 있을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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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고온 항암제 투여하는 하이펙
어떤 환자에게 할지 기준 필요했는데
서울아산병원, 환자 선별 방식 알아내
"생존율 높일 수 있는 의학적 근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인암 중 사망률 1위인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의 약 80%가 암세포가 복막까지 퍼진 3기 이상의 진행성 단계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최근 수술 후 복강 내에 고온의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는 ‘하이펙(HIPEC)’ 치료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대상자 선별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하이펙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환자별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조현웅 산부인과 교수팀이 3기 이상 진행성 난소암 환자 213명의 혈액검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반 항암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일수록 하이펙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4일 밝혔다.

하이펙은 난소암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한 뒤, 42도로 가열된 항암제를 복강 내에 90분가량 순환시키는 치료법이다. 열에 약한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해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미세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수술 시간이 길고 합병증 위험이 있어 어떤 환자에게 시행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할 객관적 지표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난소암의 대표적인 종양표지자(CA125) 수치 변화에 주목했다. 항암치료 초기 100일 동안 이 수치가 얼마나 빠르게 감소하는지를 나타낸 기법(치료예측표지자)을 활용해 환자들을 분류했다. 수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져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낮은 ‘저반응군’과 반응이 좋은 ‘고반응군’으로 나눠 하이펙 치료의 예후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좋지 않았던 저반응군 환자들에게서 하이펙의 치료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수술과 하이펙 치료를 병행한 그룹은 수술만 받은 집단보다 난소암 재발 위험이 58% 감소했으며, 사망 위험은 71% 급감했다.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 생존기간’ 역시 하이펙 치료군(약 20개월)이 비(非)치료군(약 10개월)보다 2배 길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4기 환자 등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에게서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일반 항암제 효과가 잘 나타나는 고반응군 환자들은 하이펙 치료 여부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항암제 효과가 미미한 환자들에게 하이펙이 강력한 보완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검사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하이펙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