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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컵값 쪼개라" 딴세상 주문에…자영업자 '눈물'

이데일리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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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컵값 쪼개라" 딴세상 주문에…자영업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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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랠리 기대, 비트코인 2%↑ 9만달러 재돌파
대통령 ‘꼼수’ 발언에 졸속 탁상행정
치킨·카페업계, 규제 혼선 속 부담 가중
중량제 정부 발표 2주 만에 시행 현장 혼선
원두값·환율 폭등 ‘이중고’인데
전문가들도 쓴소리 “실효성 의문”
[이데일리 김미경 신수정 이영민 기자]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를 경고했습니다. 인류는 공존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여야 합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장관님은 거창한 철학을 말씀하시는데, 당장 월세 내기도 벅찬 저희에겐 ‘생존의 한계’가 먼저입니다. 원가 쪼개기요? 계산대 앞 손님들과의 실랑이는 누가 책임집니까?” (서울 마포구 카페 사장 김모씨)

23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의 ‘탈플라스틱 대국민 토론회’는 정부의 이상과 시장의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커피가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커피가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내 자영업자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속 정부의 새 규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한 치킨 중량표시제와 도입 예정인 일회용 컵 가격 별도 표기 제도는 소비자 보호와 친환경이라는 정책 명분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10만여개의 커피전문점주와 1만 2500여곳의 10대(가맹점 수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당장 원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 부담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에서 정부가 설익은 정책 실험으로 내우(內憂)까지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꼼수”를 문제 삼자, 속전속결로 나온 정책이 치킨 중량표시제다.

정부는 지난 2일 치킨업계의 ‘꼼수 인상’ 논란에 대응하겠다며 제도 도입 발표 후 약 2주 만인 지난 15일부터 치킨 조리 전 닭고기 무게를 공개하는 ‘중량표시제’ 시행에 들어갔다. 적용 대상은 BBQ, bhc, 교촌, 굽네 등 10대 치킨 프랜차이즈다. 중량은 g(그램)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 마리 메뉴의 경우 ‘10호(951~1050g)’와 같은 육계 호수 단위 표기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시행 후 현장에선 혼선과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확보되지 않은 탓에 매장별 중량 표기 여부가 제각각인 데다, 배달앱(플랫폼) 반영은 사실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적용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염지 방식이나 손질 기준, 부분육·콤보 메뉴 구성에 따라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중량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표시 기준과 관리 범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중량을 이유로 과도한 항의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중량표시가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현장 정비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카페 업계도 현재 시계 제로 상태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환율 불안정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컵 따로 계산제는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기후부는 “기존 커피값에서 컵 비용(약 200원)을 분리해 표기하는 것일 뿐 추가 인상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탁상공론으로 치부한다. 소비자들은 총액이 같더라도 영수증에 일회용 컵 200원이 별도 표기되는 순간 심리적 저항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가뜩이나 커피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컵 값까지 따로 찍히면 체감 물가는 더 올라간다”며 “결국 가격 저항에 따른 매출 감소와 손님들의 항의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할 몫”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과거 ‘종이 빨대’ 사태의 트라우마가 깊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선언하며 값비싼 종이 빨대 사용을 강제했다. 하지만 “음료 맛을 버린다”, “금방 눅눅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계도 기간을 무한정 연장하며 사실상 규제를 철회했다. 비싼 돈을 들여 종이 빨대 생산에 나선 영세업자와 대량 구매했던 자영업자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컵 따로 계산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증금제 도입(문재인 정부)→유예 및 축소(윤석열 정부)→보증금제 폐기 및 별도 계산제 추진(이재명 정부)으로 정책이 널뛰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계적 로드맵과 현실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컵 따로 계산제만으로는) 당장 텀블러 사용 유도가 얼마나 가시적일지 의문”이라며 “결국 쓰레기를 줄이려면 일회용·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요구했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역시 “보완책 수준이 모호하다. 어떤 컵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재질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는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현장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