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 주도 노리는 ‘오픈AI’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
불과 1년 전인 2024년 10월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57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세 차례에 걸쳐 몸값이 급등했다. 3월 3000억 달러, 10월 5000억 달러를 거쳐 연말에는 8000억 달러 선을 넘보게 됐다. 1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다섯 배 이상 뛰는, 월가에서도 보기 드문 성장 궤적을 보인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약 225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T-모바일 지분을 처분하며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월가의 자본이 어디를 향해 베팅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픈AI는 아직 상장조차 하지 않은 비상장사다. 그러나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은 매일 아침 오픈AI의 신모델 발표나 샘 올트먼의 트윗 한 줄에 따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러클 주식의 매수·매도 버튼을 누른다.
오픈AI는 골드만삭스가 명명한 ‘인공지능(AI) 골드러시’ 시대의 핵심 엔진이자,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표준 지표’가 됐다. 2025년 12월 8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챗GPT의 주간 평균 사용자는 8억 명을 넘어섰고, 연간 매출 추정치(Run rate)는 200억 달러에 달한다.
연구조직서 AI 제국으로
오픈AI의 여정은 2015년 12월,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이 “AI가 인류 전체에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비영리 연구기관을 설립하며 시작됐다. 초기 오픈AI는 순수 연구에 집중했다. 2018년 GPT-1을 발표하며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막대한 연구 비용은 비영리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환점은 2019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상한 이익(capped profit)’ 구조의 영리 자회사를 설립했다. 2022년 11월 30일 출시된 챗GPT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록되며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 복잡한 AI 기술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2개월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후 GPT-4(2023년)를 거쳐 GPT-5.2(2025년)를 출시하며 오픈AI를 단순한 연구 조직에서 자본과 시장의 중심에 선 ‘AI 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경쟁과 초대형 파트너십
2025년 11월 구글이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 3’를 공개하며 GPT-4를 앞서자 오픈AI 내부에는 이른바 ‘코드 레드(Code Red)’가 선포됐다. 올트먼은 즉각 비상 대응 체제를 선언하며 경쟁사 추격에 역량을 집중했다. 반격은 한 달 만에 나왔다. 12월 11일 공개된 GPT-5.2는 코딩 벤치마크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고, 이후 선보인 이미지 생성 모델(GPT 이미지 1.5) 역시 이미지 생성 속도를 약 4배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경쟁의 이면에는 초대형 파트너십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디즈니가 오픈AI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오픈AI는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200여 개 캐릭터를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에서 활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저작권 논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프라 측면의 확장도 파격적이다. 오러클과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만큼, 국가 전략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됐다.
오픈AI는 이달 18일(현지 시간) 미 에너지부(DOE)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국가 과학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이 자체 운영체제인 iOS 18에서 시리(Siri)에 챗GPT를 옵션으로 연결하면서 애플 생태계를 통한 잠재 접점도 확대됐다. 아마존과는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자체 칩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며 코어위브 등 주요 인프라 기업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MD를 포함한 다각도 협력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脫)엔비디아’ 전략의 일환이다.
성장과 손실의 딜레마
오픈AI의 재무 상황은 양면성을 띤다. 포천 500대 기업의 92%가 오픈AI의 제품을 사용하고, 유료 비즈니스 고객도 100만 곳을 넘어설 만큼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2024년 37억 달러였던 매출은 2025년 들어 급격히 확대됐다. 7월에는 연환산 기준 120억 달러를 돌파했고, 올트먼은 11월 기준 연간 매출 추정치가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초 제시한 목표치(116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의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이 있다. WSJ는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에 반영된 지분법 손실 등을 근거로 오픈AI의 최근 분기 손실이 120억 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했다. 내부 재무 전망 문건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2028년 약 740억 달러로 정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비용 요인은 컴퓨팅 파워다. 엔비디아 고성능AI칩 ‘H100’ 수십만 대를 운용하는 인프라 비용과, 1인당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최상급 인재 확보 비용이 성장을 가로막는다. 또 2025년 1월 공개된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모델은 학습 비용 600만 달러 미만을 주장하며 ‘효율성 경쟁’을 촉발했다. 지배구조 혼란과 핵심 인재 이탈, 뉴욕타임스와의 저작권 소송 등 내·외부 리스크도 부담 요인이다.
월가의 베팅, 기대와 우려
월가의 평가는 낙관과 회의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오픈AI가 생성형 AI 시장에서 구글의 검색 독점에 준하는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며 2030년 매출 2000억 달러 목표도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현재의 비용 구조와 경쟁 심화 속에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픈소스로 무료 전략을 택한 메타의 라마(Llama) 확산은 프리미엄 전략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기업 UBS는 기술 리더십과 생태계 확장이 이어진다면 8300억 달러의 기업가치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테슬라와 메타가 7년 넘게 걸린 성장을 3년 만에 이루겠다는 오픈AI의 실험이 성공할지, 월가는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차세대 구글 vs 버블
오픈AI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용 인공지능(AGI)이다. 오픈AI는 지금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다. 구독과 생태계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의 세계와 전력·공급망·자본이 지배하는 인프라의 세계다. 결국 다음 평가는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닌 단단한 사업 구조에서 나올 것이다. 83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두고 누군가는 차세대 구글을, 누군가는 거대한 버블을 본다. 분명한 것은 오픈AI의 성공과 실패가 AI 산업의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인류의 지능에 대한 정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챗GPT로 시작된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필자(최중혁)는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삼성SDI America, SK Global Development Advisors 등을 거쳐 미 실리콘밸리 소재의 사모펀드 팔로알토캐피탈(Palo Alto Capital)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트렌드를 알면 지금 사야 할 미국 주식이 보인다’ ‘2025-2027 앞으로 3년 미국 주식 트렌드’ 등의 저자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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