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위원장 "입법 속도 낼 것"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증권학회·한국경영학회·한국금융학회·한국금융공학회·한국재무관리학회·한국지급결제학회·한국회계학회 공동으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 대전환' 심포지엄./사진=성시호 |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법제화가 정부안 제출 연기로 지연되면서 학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국 흐름에 맞추기 위해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증권학회 등 금융권 7개 학회 공동으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 대전환' 심포지엄에서 "법제가 진공상태다 보니 누군가 채우려는 상황"이라며 "KRWQ가 국내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개방하지 않는 방법으로 규제를 우회했지만, 시급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원화 기반 금융서비스가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했다.
KRWQ는 해외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거래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 10월30일 해외 핀테크 아이큐(IQ)·프랙스(Frax)가 발행했다.
이 교수는 "온체인 금융의 궁극적 도달점은 결국 전통 금융과 핀테크가 크립토·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시장을 연결하는 슈퍼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자산 토큰화 시장의 흐름에 대해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백이 증권에 대한 규제허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유럽시장에선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 주식거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유동성이 파편화된다"며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선 주주권 강화가 채무증권 등으로 우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외국인이 국내 우량주를 매수하기 위해선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 시장이 커져 24시간 거래로 발전하면 원화 환전 수요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규모에 맞춰 위험에 대응하도록 규율을 만들어야 한다"며 "완벽한 구조를 짠 다음 배를 띄우면 실기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규제를 발행주체별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형·기능에 따라 강화하는 행위 중심 규제가 혁신과 금융 안정성을 함께 달성하는 최적의 구조"라고 했다.
업계 발표자로 나선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처럼 한국이 왜 못하겠냐는 생각"이라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국내·외를 아우르는 '풀스택 금융'을 완성해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글로벌 결제망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사용자에겐 국경 없는 혁신적 금융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정은 '가상자산 2단계법'으로 알려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안 내용을 놓고 여당·한국은행 등과 막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대다수 국가들이 국익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협의를 원만히 마치고 국회에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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