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끝에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재판할 내란전담재판부(이하 내란재판부) 설치법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 대표의, 사상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제 종결시킨 뒤 표결을 강행한 결과다.
이날 국회에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은 재석 의원 179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의결됐다. 천하람·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기권표를 각각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전날부터 꼬박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본회의장을 나와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있다면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반드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법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란재판부법은 지난 8월 2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처음 공론화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게 왜 위헌이냐”고 힘을 실으면서 입법이 기정사실로 됐다. 위헌 논란 속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상정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했고, 결과적으로 내란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중앙지법에 내란 관련 사건만 처리하는 영장전담판사를 2명 이상 두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선 ‘무작위 배당’ 원칙이 훼손됐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 사건에 대해서는 내란재판부를 2심부터 적용하고,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수정했기 때문에 위헌성이 제거됐다고 주장한다. 중앙지법 전담재판부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특검’ 등이 새로 기소할 피고인을 겨냥한 조항이라는 의미다.
이날 양당은 본회의장에서 마지막까지 대치했다. 장 대표의 반대 토론이 23시간을 넘어가자, 찬성 토론자로 이름을 올린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찬성 토론 기회도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으며 소란을 빚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동안 홀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란재판부법 재의요구권을 건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란재판부법 가결 직후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부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곧바로 상정했다. 이 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 배상 책임을 물리는 내용이 골자다.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돼 형사 유죄판결, 손해배상 판결 또는 정정 보도 판결이 확정된 정보를 거듭 유통한 경우에는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도 있다.
민주당은 법안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서,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라고 규정했다.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법사위 심사과정에선 실수로 인하 허위정보도 규제·처벌 대상이 될 뻔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본회의 직전 ‘손해를 가할 의도’,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등을 다시 추가해 고의성 요건이 강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폐지를 지시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국민의힘에서는 최수진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최 의원은 “법의 이름, 제도의 이름으로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법”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까지 결합해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권력자에 대한 의혹 보도 하나, 비판적 기사 하나하나가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와 신고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결국 언론은 위축되고 자기검열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최 의원은 또 “자신들에 입맛과 코드에 맞는 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앉혀놓고 잘못된 정보를 올리면 과징금을 때리겠다는 협박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에게 경고한다. 언론 통제에 대한 헛된 욕망을 버리라”고도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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