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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옥? 안 무서워, 돈 벌었잖아" 안 통한다...범죄수익 끝까지 쫓는다

머니투데이 김미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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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옥? 안 무서워, 돈 벌었잖아" 안 통한다...범죄수익 끝까지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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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진=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진=뉴스1.



경찰의 범죄수익 몰수·추징보전 건수가 올해 3100건을 넘어섰다. 역대 최다 성과다. 범죄를 저질러도 돈만 지키면 된다는 계산이 통하지 않는 경제범죄 수사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경찰청이 지난해 신설한 범죄수익 추적 전담 조직이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의 전국 범죄수익 몰수·추징보전 건수는 지난달까지 3104건으로 집계됐다. 보전 건수는 △2020년 234건 △2021년 858건 △2022년 1204건 △2023년 1829건으로 해마다 증가했고 지난해 2963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를 훌쩍 넘기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환수 금액도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경찰의 범죄수익 환수액은 1조268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달 기준 8243억원이 보전돼 지난해 같은 기간 달성한 6519억원을 넘어섰다. 단순 검거에 그치지 않고 범죄로 번 돈을 실제로 되찾는 수사가 경제범죄 대응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초기부터 범죄수익 추적…필수 절차로 정착

경찰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현황. /그래픽=윤선정 기자.

경찰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현황. /그래픽=윤선정 기자.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범죄수익추적수사계 신설이 있다. 지난해 경찰청에 신설된 범죄수익추적수사계는 출범 2년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범죄수익 추적이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체계화하면서 수사 무게중심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범죄수익 추적이 수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필수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각 시·도경찰청에서는 고액 횡령·배임이나 조직적 사기 사건에서 수사 초기부터 범죄수익추적수사팀과 공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과거처럼 구속이나 송치로 수사를 마무리하기보다 몰수·추징보전까지 마쳐야 비로소 수사가 완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경찰청 사례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서울청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조직적으로 운영된 대규모 투자사기 사건을 수사해 범죄단체가 2475명으로부터 2142억원가량을 편취한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청은 이 사건에서 138억2300만원 상당 범죄수익에 대해 추징보전을 끌어내며 단순 검거를 넘어 범죄로 번 돈을 실제로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도 불법사금융 사건에서 범죄수익 환수 성과를 냈다. 경기남부청은 202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미등록 불법사금융 조직을 결성해 1만6125명을 상대로 고금리 사금융을 일으킨 대부업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다. 경기남부청은 288억원 규모 불법 대부 사실을 밝혀내고 범죄수익금 약 141억원에 대해 몰수·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초기 단계인 경찰 수사의 범죄수익 추적이 강화되면서 피의자들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사를 오래 해온 한 경찰관은 "피의자들은 체포될 때보다 범죄수익이 들켜 빼앗길 위기일 때 훨씬 큰 충격을 받는다"며 "현금을 보관해둔 장소가 드러나는 순간 얼굴이 하얘지고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전담 조직 신설로 전문성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경찰 내 범죄수익추적팀 소속 수사관들은 계좌 분석과 자금 흐름 추적, 가상자산 분석 기법 등을 축적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감급 경찰관은 "과거에는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사건에서 '몇 년 살고 나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범죄자들이 적지 않았다"며 "범죄수익을 추적해 빼앗는 수사가 병행되면서 체감하는 부담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범죄는 결국 돈 때문에 벌어지는 범죄인데 피의자한테는 범죄로 번 돈을 가져갈 수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피해자에게는 피해회복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검찰도 범죄수익환수를 위해 전담부를 운영하면서 추징 실적을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전담부는 전체 추징액의 36%인 551억원을 추징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내년 2월에 서울남부지검과 부산지검에 전담부를 추가로 신설하기로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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