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신형 호위함의 기반이 될 레전드급 경비함. 사진 미국 국방부 |
K조선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황금함대(Golden Fleet)’에 승선하며 한·미 조선 협력(MASGA)이 본격 노젓기에 나선다. K방산 기업들도 ‘황금함대’ 승선 채비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해군의 신형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밝히며 “미 해군은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 한화오션의 주가는 전장보다 12.49% 급등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오스탈조선소(한화가 최대주주)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며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함정을 건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새 호위함은 미국 최대 군함 조선업체인 헌팅턴잉걸스(HII)의 레전드급 경비함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미 해군은 HII를 선두(lead) 조선소로 하되 속도전을 위해 여러 조선소(Multi-yard)에 추가 호위함 건조를 맡길 예정이다.
김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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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도 미국 내 K조선의 역할 확대에 대비해 사업계획 점검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황금함대는 구축함-호위함-전함-지원함 등으로 구성되는데, 선종별로 각 조선소가 분담해 건조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 내 생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다른 K조선업체에도 손을 내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는 현지 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함정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HII와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건조기술 지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밖에 미국 서버러스캐피털(PEF)과 함께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 조선사 나스코 등과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사업의 공동 입찰에 참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황금함대 구상에 따른 추가 협력 접점 찾기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로 빠르게’ 군비를 확장하는 만큼, 규모·속도·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두루 갖춘 K방산 기업들의 경쟁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황금함대에 최첨단 함포, 미사일, 고출력 레이저, 핵무기(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 등 미래형 무기가 포함된 만큼 미국 방산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점검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미국 기업들의 문의도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은 최근 보잉이 제조하는 미 공군의 F-15EX에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납품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항공 분야 뿐 아니라, 상선·함정 통합기관제어체계(ECS)·함정전투체계(CMS)·통합함교체계(IBS)과 같은 해양산업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며 “미국 내 무인수상정·함정 등 특수선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조선의 훈풍이 K방산에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미국 방산기업이 첨단 무기 기술은 월등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를 빠르고 규모 있게 구축하려는 만큼, 해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 무기는 미국의 무기체계와 호환될 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뛰어나고, 납기를 안정적으로 맞출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독일·프랑스 기업들과 달리 현지생산·기술이전 등 미국이 원하는 조건도 맞출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이수정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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