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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사인’에 “끝까지” 외친 장동혁...아침죽·비타민으로 24시간 버텼다

중앙일보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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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사인’에 “끝까지” 외친 장동혁...아침죽·비타민으로 24시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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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도, 24시간 필리버스터도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종료했다. 민주당이 24시간이 경과하자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강제로 종결 한 데 따른 것이다. 종전 최장 기록은 지난 9월 26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조직법 강행에 반대하며 기록한 17시간 12분이었다. 장 대표가 토론을 끝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장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종아리가 너무 아프다. 단단하게 굳었다”고 토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전날 아침 죽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장 대표는 당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중간중간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 마셨고, 안약과 인후 스프레이도 활용했다. 당 관계자는 “최근 몸무게가 7kg 넘게 빠지고 그 전날 자정까지 업무를 봤다. 체력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5시 최장 기록을 넘어설 땐 국민의힘에선 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오전 7시 40분 필리버스터가 20시간을 넘으면서 장 대표가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을 맞이하자 박준태 비서실장이 “토론을 중단해야 합니다”라며 사인을 보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화장실을 가는 도중 “끝까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20명씩 조를 짜며 밤새 지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원하는 법관을 특별재판부에 앉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상계엄 특별재판부 설치는 명백히 위헌이자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가 숫자의 힘으로 권력을 무한대로 남용하는 권력 남용의 장이 됐다”며 “사법부를 장악하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밤새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대통령께 건의해달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면서 두 번째 토론 주자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법안) 찬성 토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토론 시간은 무제한”이라며 거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유튜브 쇼츠를 찍으려고 하나”라며 따졌고, 김 의원은 “(필리버스터) 내용이 가짜”라며 맞받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동안 홀로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뒤 로텐터홀에서 기자회견 가진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24시간 동안 홀로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뒤 로텐터홀에서 기자회견 가진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후에는 당 지도부와 대표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필리버스터 도중 국민의힘 유튜브 방송 구독자가 50만명을 돌파했고 동시 접속자도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하자 장 대표는 잠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후 의원 15명이 모인 여의도 인근의 한 설렁탕 집을 찾아 격려한 뒤,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눈이 충혈되고 목이 붓는 등 체력적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리더십이 흔들리던 장 대표가 '끝장 필리버스터'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필리버스터 직후 당내 결집 현상도 두드러졌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거대 민주당이 힘으로 파괴하려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그의 투혼이 경이로우면서 동시에 애처롭다”고 썼다.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역사적인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에 비견될 만큼의 결기와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강명구 조직부총장은 “우리가 장동혁”이라고 각각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다만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뇌관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조 변화 없이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중진 의원)이란 지적도 나온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고생하고 안쓰럽다는 마음은 든다”면서도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평가절하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을 곧 윤리위로 징계하고 내란 관련 사과도 없는 지도부 모습에 어려움을 느끼자 필리버스터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했다. 정성호 장관은 페이스북에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았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본다”고 썼다.

김규태·박준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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