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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와대 시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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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와대 시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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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가 완전 개방됐을 때, 내부를 들여다본 관람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굴곡진 현대사를 떠올리거나, 상춘재와 녹지원의 아름다움에 반하거나, 욕먹을 정도로 ‘구중궁궐’은 아니라거나 등등. 대통령 관저는 고색창연한 조명 등이 ‘낡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동시에, 창문 너머 커다란 옷장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김건희 여사가 여기서 살기 싫어했을 만하다”거나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을 부각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적인 노출”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3년2개월 동안 누적 852만명이 청와대를 관람했다.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9살에 청와대살이를 시작해 27살에 쫓겨난 박근혜를 제외하면, 문민정부 이후 모든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약속했다. 청와대가 불통과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 탓이다. 2017년 6월25일까지만 해도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부터 춘추관까지 이어진 청와대 앞길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30분까지 통행이 금지됐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일하는 여민관이 500m가량 떨어져 있어 대통령과 참모들의 기민한 대면 소통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그래도 청와대를 옮기지 못했던 건 경호와 보안, 의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였다. 832억원을 들여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윤석열조차도 외국 정상 만찬 장소로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7월 한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녹지원 둘레길을 따라 15분20초 동안 조깅을 했다. 두 사람 모두 ‘달리기 마니아’란 점을 고려한 ‘한-미 우호 일정’인데 김 전 대통령은 평소보다 빨리, 클린턴은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며 속도를 맞췄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산책을 하다 실수로 직원들이 이용하는 문으로 관저 주방에 들어갔다 권양숙 여사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일이나, 서빙하는 직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일요일 아침엔 직원들도 쉬어야 한다며 손수 라면을 끓여 먹곤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본산’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달 안에 청와대로 돌아간다. 본관에 더해 여민관에도 집무실을 마련했다. 다시 청와대에서, 끝까지 새로운 청와대를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조혜정 디지털뉴스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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