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꺾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
8개월 만에 주간거래 종가 최고치
최근 6개월 원,달러 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 |
달아오른 외환시장이 진정될 기미가 없다. 외환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지만 환율을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83.6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3.5원 올랐다.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최근 3개월간 뚜렷한 우상향 곡선이다.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주요 경제주체의 해외 투자 확대로 수급 쏠림이 심화된 탓이다.
외환당국의 해법은 수급불균형 완화다. 한미 금리차, 성장률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중장기적으로 쌓여온 구조적 원인이 있지만 당장 과도한 수급 쏠림을 막겠다는 의도다.
먼저 국민연금과 한국은행간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했다. 동시에 기획재정부는 △선물환 포지션제도의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등도 함께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가세했다. 지난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한시 면제키로 했다.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기는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에 이자도 지급한다. 한은 사상 첫 조치다.
모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단기 처방이다. 자금의 이탈을 막고 외환 공급을 늘려 균형을 맞추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서학개미·국민연금 등의 일방향적인 자금 이탈은 단기 정책으로 막기 어렵다. 대신 해외에서 운용되는 외화 예금을 국내로 끌어드려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 19일 "수급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라서 여러 고민이 있다"며 "환율이 급하게 움직일 땐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이 환헤지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면서 한은과의 외환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백약이 무효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환율 방어 조치가 총출동했다"며 "국민연금과 수출기업, 증권사와도 환율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시장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두드러진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반기와 달리 달러화지수나 코스피와의 연동도 약화됐다"며 "여전히 해외투자에 따른 실수요 달러 선호가 이어지면서 연말 종가도 1400원 중후반대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시장은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수급 불균형을 야기한 구조적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60원으로 전망한다"며 "2분기 이후 글로벌 달러 약세가 나타나도 국내의 구조적 자본 유출 압력으로 1400원 아래로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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