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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평화 협상 와중에…러 軍 장성, 모스크바서 차량 폭발로 사망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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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평화 협상 와중에…러 軍 장성, 모스크바서 차량 폭발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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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사건 배후 중 하나로 조사 중"…
1년간 러 장군 3명, 본토서 '표적 암살'로 사망

러시아 수사관들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 책임자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자신의 차 아래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숨진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수사관들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 책임자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자신의 차 아래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숨진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군부의 고위 장성이 모스크바 도심에서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플로리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특사를 각각 만나 회담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해 주목받는다.

22일(현지시간) CNN·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군 작전훈련국장을 맡고 있던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이날 오전 차량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사르바로프 중장이 탑승했던 차량 바닥에 폭발 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주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폭발했다.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수사관들은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는 이 범죄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이번 사건의 배후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사르바로프 중장 차량에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끔찍한 살인"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사망한 사르바로프 중장은 러시아 군부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꼽힌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사르바로프 중장은 2015년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 당시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군의 전투 훈련과 작전 준비 상태를 총괄했다. 이 때문에 그의 사망은 러시아 군 지휘 체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사망한 러시아군의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 /사진=러시아 국방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사망한 러시아군의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 /사진=러시아 국방부



CNN은 "사르바로프 중장을 포함해 지난 1년간 러시아의 고위 장성 3명이 모두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 고위 장교들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으나, 최근에는 러시아에서의 '표적 암살'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모스크바 인근에서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작전국 부국장인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차량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정보 요원 이그나트 쿠진을 살해 혐의로 구금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의 핵·화학무기 방호 무대를 총괄하던 이고르 키릴로프 장군이 전동 스쿠터에 설치된 폭발물 폭발로 사망했다.

사르바로프 중장의 사망 발표는 최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이 속도를 내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협상 타결 기대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러시아는 미국, 우크라이나와 달리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종전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부터 진행한 플로리다 마이애미 평화 협상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국 외교관들을 위한 모임에서 마이애미 협상에 대해 "모든 것이 상당히 가치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와 미국 양국의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이는 우리가 실질적 결과에 매우 근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의 20개 항목, 다자간 안보 보장 체계,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체계, 경제 번영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협상 대표단은 러시아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도 만나 종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의 최고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전날 "(미국과) 논의한 제안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 대표들이 제시한 것이고, (미국과의 회담은) 건설적이지 않았다"며 "드미트리예프가 모스크바로 복귀하는 대로 회담 내용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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