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한 미국이 최근 군사작전 초점을 마약유입 차단에서 원유수출 차단으로 옮겼습니다.
AFP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이런 변화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압박 목적이 마약 밀매를 겨냥한 것인지,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겨냥한 것인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6일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선언을 전후로 해 10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싣고 쿠바로 향하던 `그림자 선단` 스키퍼호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유조선을 잇따라 나포하면서 미국의 군사 공세 초점은 마약에서 석유로 전환되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단 석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해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미군과 미 해안경비대를 동원한 최근의 유조선 나포 작전은 미국 주도의 제재 망을 피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 쿠바 등으로 몰래 옮기던 `그림자 선단`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전 부사장인 후안 사보는 AFP 통신에 "베네수엘라가 암시장을 통해 주로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하루 약 50만배럴을 암시장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며 "PDVSA는 겨우 수일 치 석유 저장 능력만 있어 수출이 중단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향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 것이라면서 암시장 판매를 통해 확보해온 핵심 외화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의 궁극적 목적이 마두로 정권 압박을 넘어 베네수엘라 자원을 차지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됩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 봉쇄 조치 발표 직후 연설에서 "제국주의, 파시스트 우파들이 베네수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석유, 가스, 금과 다른 자원들을 차지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조국을 절대적으로 지켜내기로 맹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중재를 제안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의) 관심이 오로지 베네수엘라의 석유에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베네수엘라 석유 소유권에 직접적 관심을 두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식의 관측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거기에 많은 석유를 갖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 회사들을 쫓아내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우리는 그걸 되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7년 베네수엘라는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일부 미국 석유 회사들의 자산을 압류한 적이 있는데 이를 되찾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나포한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그냥 미국이 가질 것이라면서 자국의 전략 비축유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축출 시도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차지 이상의 `큰 그림`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경제학 교수 카를로스 멘도사 포텔라는 미국의 행동이 미주 대륙을 자국 영향권으로 주장하려는 목표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미국과 경쟁국인 러시아, 중국 사이의 세계 분할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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