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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칩 따내더니 인텔·AMD까지?…삼성 파운드리, 2나노·8나노 반격 시동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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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칩 따내더니 인텔·AMD까지?…삼성 파운드리, 2나노·8나노 반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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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테슬라 차세대 칩 삼성 생산" 언급…인텔 PCH·AMD 2나노 러브콜 [소부장반차장]
TSMC 점유율 71% vs 삼성 6.8% 격차 여전…'첨단 2나노+성숙 8나노' 반격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자율주행용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 파운드리를 공개 언급한 데 이어 인텔의 8나노(nm) PCH(플랫폼 컨트롤 허브) 주문과 AMD 2나노 CPU 개발 협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 테슬라 칩 수주 이어 AMD·인텔 칩 논의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행사와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FSD(완전 자율주행) 칩 'AI5·AI6' 생산을 놓고 "TSMC와 삼성에서 모두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테슬라는 TSMC 3나노 공정을 통해 AI5 일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후속 칩과 변형 제품의 상당 부분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전기차·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 존재감을 감안하면 삼성 입장에선 '이름값'과 레퍼런스를 동시에 챙긴 계약이다.

여기에 인텔 물량이 다시 돌아올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PC·서버용 PCH 칩 생산을 기존 14나노에서 8나노로 미세화하면서 신규 물량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도 인텔의 PCH는 삼성 오스틴 14나노 라인에서 생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경기도 화성 8나노 라인에서 본격 양산을 추진하는 구조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두 계약이 공정 노드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칩은 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유력한 반면 인텔 PCH는 이미 검증된 8나노 성숙 공정이다. 하나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극단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플래그십'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관건인 칩셋 비즈니스다. 첨단과 성숙 공정을 동시에 굴리며 수익성과 라인 가동률을 관리해야 하는 파운드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차세대 CPU 시장의 '큰손' AMD도 삼성 문을 두드리고 있다. AMD는 2세대 2나노 공정 'SF2P'를 적용한 차세대 EPYC 서버 CPU(프로젝트명 '베니스') 일부 물량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형태로 시제품을 찍어본 뒤 내년 초 최종 계약을 맺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퀄컴·엔비디아·닌텐도 등 기존 고객에 더해 테슬라·인텔·AMD까지 라인업에 포진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 고객 구조는 '모바일+그래픽' 중심에서 '모바일+그래픽+자동차+서버'로 한 단계 확장된다. 수율·신뢰성 논란을 딛고 고객 포트폴리오 면에서만큼은 TSMC와 비교 가능한 그림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졌지만…중요한 건 신뢰 회복

문제는 여전히 숫자다. TSMC는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 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6.8%로 2위지만 격차는 더 벌어졌다. AI용 GPU·CPU 물량이 3나노·5나노에 몰리면서 TSMC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AMD 등 ‘하이퍼스케일러+팹리스 빅4’를 사실상 독점한 결과다.

삼성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하나는 TSMC 대비 수율·공정 안정성을 끌어올려 '첨단 공정을 믿고 맡길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성숙 공정에서 원가·납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테슬라·AMD 같은 첨단 고객과 인텔 PCH·닌텐도 스위치 후속 같은 성숙 공정 수요를 묶어 P3·P4·화성 라인 전반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그림이다.

특히 인텔 PCH는 과거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상징성이 크다. PC·서버 칩셋은 품질 이슈가 발생할 경우 리콜·이미지 타격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인 업체들이 선호하는 영역이다. 인텔이 14나노에 이어 8나노 물량까지 삼성에 맡긴다면 단순 매출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 품질·수율은 확보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AMD 2나노 협상도 비슷한 의미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나노급 대형 CPU를 놓고 TSMC 단독 체제 대신 삼성과 '듀얼 소싱'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삼성 2나노 공정에 일정 수준 신뢰를 부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도 공정 다변화와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세컨드 파운드리'를 찾고 있다. TSMC 생산능력이 타이트해지고 비용이 오를수록 삼성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 입장에서는 당장 시장점유율 10%·20%를 단숨에 되찾기보다는 테슬라·인텔·AMD와 같은 이름값 있는 고객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삼성 공정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인식을 쌓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신뢰 프리미엄'을 회복해야 고부가 AI 칩,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SoC 등에서 본격적인 이탈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인텔·AMD는 모두 설계·검증에 매우 보수적인 고객"이라며 "이런 고객들이 2나노·8나노 물량을 삼성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 수율 논란 이후 삼성 파운드리의 공정 안정성이 일정 수준 회복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TSMC를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세컨드 파운드리를 넘어 일부 영역에서는 퍼스트 파운드리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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