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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정비사업도 위험? 자기자본 20% PF 규제, 업계 "공급 막힌다"

머니투데이 김평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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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정비사업도 위험? 자기자본 20% PF 규제, 업계 "공급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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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차단 목표지만…"정상 사업까지 멈춘다" 우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보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보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기자본비율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5%→10%→15%→2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PF 사업장의 건전성을 정량 평가해 부실을 사전에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숫자로만 PF를 재단하면 정상 사업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업계 의견을 반영한 예외 규정과 완충 장치도 함께 제시되면서, 규제의 속도와 강도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건전성 분류? 현장에선 "사실상 대출 중단 신호"

당국은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은 '유의'나 '부실우려'로 분류되고, 금융회사는 해당 대출에 대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대출 차단으로 본다. 한 PF 현업 관계자는 "유의나 부실우려로 분류되는 순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출을 실행할 이유가 사라진다"며 "건전성 분류라고 표현했지만, 현장에서는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정량 지표 위주의 사업성 평가다.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위험도를 가르면, 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고위험 고수익인 사업일수록 사업자가 더 많은 자본비율을 투입해야 하는 반면, 안정성 높은 사업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낮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재건축처럼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서 요구되는 자기자본 비율은 다를 수 있다"며 "사업의 위험도에 따라서 요구되는 자기자본비율이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의 성과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시행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건 맞지만, 사업의 위험도랑 상관없이 일괄 사업비의 20%로 적용되는 게 문제"라며 "정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를 무시하고 정량 지표만 앞세우다 보니 생기는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개발 기간 무시한 분류… "도시개발·산단은 아예 못 한다"

PF 사업은 유형에 따라 개발 기간이 크게 다르다. 도시개발사업이나 지구단위계획 사업은 인허가에만 5~6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행 건전성 분류 체계에서는 1년 이상 인허가가 지연되고 대출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도시개발, 산업단지 조성 같은 사업은 금융기관이 아예 취급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분류 구조에서는 금융기관이 공동주택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반 시행사는 소규모 공동주택만 가능하고, 큰 사업은 모두 공적보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몇 가지 보완책을 함께 내놨다. 우선 PF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질적 위험이 낮은 사업장에는 대출 제한 규제를 예외 적용하기로 했다. 예외 대상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HF(한국주택금융공사)의 공적보증을 받은 사업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사업장 등이 포함된다. 위험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민간 사업장도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또 자기자본비율 20% 기준의 현실성을 감안해, 투입 예정 자본이나 후순위 대출 등도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시행사가 초기 단계에서 모든 자본을 한꺼번에 넣지 않더라도, 구조적으로 손실을 먼저 부담하는 자금이면 자기자본 성격을 일부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단계 도입'의 함정…브릿지론 막히면 더 위험해진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7년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자기자본비율 5%를 적용받다가, 본PF로 전환되는 2029년에는 15%, 2030년에는 20% 기준을 맞춰야 한다. 사업 초기 대비 3~4배의 자본을 중간에 추가로 넣어야 하는 구조다. 업계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당국은 최초 대출 취급 시점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사업 종료 시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사업 도중 기준이 상향되더라도, 이미 실행된 PF에 대해서는 추가 자본 확충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이번 규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돼야 토지담보대출이 정리되는데, PF 전환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이어지면서 브릿지 단계에서 사업이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PF 실무자는 "2021년, 2022년에 토지를 매입한 시행사들은 지금 PF 전환이 막혀 정말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지금도 상황이 안 좋은데, 규제가 숨통을 끊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향은 맞지만…일괄 규제는 위험

전반적으로 업계의 불만이 큰 반면 규제 취지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무자본에 가까운 구조로 PF를 일으키고, 실패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시행사 관행이 시장을 망가뜨려 왔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PF는 숫자로만 평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닌데, 정량 지표는 필요하지만 정성적 판단이 빠진 일괄 규제는 시장을 더 경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전까지 업계와 계속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예외 대상과 위험 평가 기준의 세부 설계에 따라 규제가 '연착륙'할지, 아니면 사업진행의 방해요소로 작용해 최악의 '공급 쇼크'로 이어질지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며 "이 상태로 굳어지면 PF 시장에는 자본 많은 소수만 남고, 개발과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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