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수익률 기대 차이· 환차익 때문"
국내와 미국 증시가 동시에 상승할 때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미국 주식은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란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는 국내와 해외주식에서 상반된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경만 하더라도 개인의 국내 및 해외 주식 투자 패턴은 양자를 동시에 순매수하는 보안 관계가 주를 이뤘다. 분산 투자를 고려해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서 해외 주식도 같이 샀다. 실제로 2020~2021년 중 개인의 해외 주식 순투자 규모는 416억 달러였으며 이 기간 개인은 국내 주식도 대규모로 순매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주식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개인은 미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국내 주식은 순매도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24년 2~7월 개인은 국내 주식을 14조 원 순매도하고 해외주식은 83억 달러 순매입했다. 올해 7월과 10월 사이에도 개인은 국내 주식을 23조원 순매도하고 해외 주식을 103억 달러(약 15조 2800억 원) 순매입하는 등 반대 방향의 매매 패턴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수익률 차이, 환율 요인 등을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적인 수익률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고정(anchoring)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단기 수익률이 장기 기대 수익률보다 더 크게 상승하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패턴이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고환율 기대가 지속되면서 해외 주식 매입시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증시가 동시에 상승할 경우 국내 주식의 차익 실현 매도와 해외 주식의 추격 매수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측은 “한·미 주식간 수익률 기대 격차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만큼 (국내 주식의) 일시적인 수익률 개선만으로는 투자자의 기대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 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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