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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팔아서 대치동 살게요” 강남·용산 등으로 주식 판 돈 7009억원 갔다[부동산360]

헤럴드경제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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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팔아서 대치동 살게요” 강남·용산 등으로 주식 판 돈 7009억원 갔다[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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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규제 후 5개월 간 자금조달계획 분석
강남3구와 용산구로 주식·채권 매각대금 이동
코스피 변동성 따라 하방압력 낮은 부동산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연합]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연합]



#. 지난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현대 아파트 183㎡(이하 전용면적)는 직전 거래(98억원)보다 17억원 상승한 115억원에 팔렸다. 신현대(현대 9·11·12차) 단지 중 역대 최고가다. 금융권 차입 없이 115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1980년대생 A씨는 아파트를 거래하는 데 코인 매각대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송파구 신천동에 소재한 신축아파트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지난 16일 157㎡의 입주권이 71억71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10·15 대책 이후 25억원 이상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됐지만, 주식·현금 등 보유하던 자기자금을 활용해 신축아파트 입주권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추구하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식과 가상자산 등 금융자산을 가진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하면서 부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코인을 매각해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는 새로운 형태의 영끌에 집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3구·용산에 서울 전체 주식 매각대금 44% 흘러가
23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6·27 대출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올해 7~11월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는 총 3만756건이었다. 이 중 자금 마련 통로로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기재한 사례는 7368건으로 그 비중이 23%에 달했다. 해당 통계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개인이 매입한 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를 대상으로 집계된 것이다.

지역별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살펴보니 평균 매매가가 높은 지역일수록 주택 매입에 활용된 주식 매각대금도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5개월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4개 구에서만 기입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7009억원으로,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1조6249억원)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출처 국토부]

[출처 국토부]



VIP 고객의 자산관리 상담을 전담하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대치동 아파트 매입을 원하는 고객의 상담을 진행했다”며 “부동산과 주식·코인시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남구에만 5개월간 2381억원의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들어가 그 금액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 송파구(1770억원), 서초구(1538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용산구(1320억원), 성동구(1157억원), 마포구(1085억원) 등 정확하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1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고가주택을 목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잇달아 내놨지만, 정작 자산가들은 타격을 입지 않은 셈이다.


실제 강남3구와 용산구의 주택 매입 시 금융기관 대출액 비율은 ‘6억 이상 주담대 금지’ 내용을 담은 6·27 대출규제 직후 23.47%에 달했지만, 고가 주택을 겨냥해 그 한도를 4억원(주택가격 15억원 이상~25억원 미만)·2억원(25억원 이상)으로 조인 10월에는 18.86%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4개구의 주택 매수 금액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율은 4.40%에서 7.18%로 급증했다. 강남구의 경우 7월에는 3.99%에 불과했지만 코스피가 사상 최초 4000을 넘은 10월 9.32%까지 급등했으며, 송파구는 같은 기간 3.04%에서 5.28%로, 서초구는 5.84%에서 7.50%로, 용산구는 5.75%에서 8.53%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용산구의 경우 방산·원전·금융 관련주가 줄줄이 약세로 들어서며 코스피 지수가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선 8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두 자릿수(12.14%)까지 치솟았는데, 나인원한남·한남더힐 등 초고가 주택이 모여있는 용산구 특성상 부호들이 기민하게 움직여 주식시장 자금을 하방 압력이 낮은 부동산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팔아서 고가 아파트 매입, 현실됐다…전문가 “부동산 집중 더 심화할 것”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연합]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연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가 높은 한강 변 지역의 주택 가격은 정부의 수요 억제책에도 더 높아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강남구의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0억8270만원으로 6·27 대출규제가 나오기 전인 5월(27억4179만원)에서 12%나 상승했다. 서초구는 25억5164만원에서 27억8517만원으로 9% 올랐으며, 송파구는 19억3832만원에서 22억4148만원으로 16%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등 국내 거시 경제 지표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자산가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일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상황에서 실물의 가격은 꾸준히 오를 거란 생각에 부동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이외에도 각종 증권을 처분함에 따라 발생하는 자산 소득이 언제든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부동산을 매수하는 ‘자산 로테이션’이 부동산 가격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