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위성 공간 분석 인공지능(AI) 기업 메이사에 LIG넥스원이 투자했다는 소식은 표면적으로는 벤처 투자 뉴스다. 그러나 본질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그 결정을 가능하게 한 리더의 판단에 있다. 무인 기술로 성장해온 LIG를 인공위성과 AI라는 고난도 영역으로 이끌고 있는 구본상 LIG회장의 선택이다.
메이사는 위성과 드론에서 수집한 공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사람이 곧바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업이다. 실시간 분석과 자동화가 강점이다. 기존 주주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이어 LIG넥스원까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K-방산의 핵심 기업들이 방산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선택은 쉽지 않다. 위성과 AI는 투자 비용이 크고, 성과가 늦으며, 실패했을 때 책임도 무겁다. 그럼에도 이 길을 택했다면, 이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의 문제다.
메이사는 위성과 드론에서 수집한 공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사람이 곧바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업이다. 실시간 분석과 자동화가 강점이다. 기존 주주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이어 LIG넥스원까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K-방산의 핵심 기업들이 방산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선택은 쉽지 않다. 위성과 AI는 투자 비용이 크고, 성과가 늦으며, 실패했을 때 책임도 무겁다. 그럼에도 이 길을 택했다면, 이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의 문제다.
방산기업 경영자의 선택지는 많다. 이미 검증된 무기 체계의 개량, 수출 확대, 현지 생산과 MRO 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중동과 북미를 중심으로 방공망 수출과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공위성과 AI, 무인체계처럼 성과가 가장 늦게 나타나는 영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는 기술 선택이 아니라 시간 선택이다. 단기 실적의 시간표를 내려놓고, 장기 책임의 시간표를 택한 것이다.
그의 잦은 해외 행보도 이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국제 방산 전시회와 협력 논의 현장은 단순한 영업 무대가 아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래 전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일정은 수주보다 방향을, 계약서보다 판의 이동을 확인하는 행보에 가깝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공위성과 AI, 무인체계처럼 성과가 가장 늦게 나타나는 영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는 기술 선택이 아니라 시간 선택이다. 단기 실적의 시간표를 내려놓고, 장기 책임의 시간표를 택한 것이다.
그의 잦은 해외 행보도 이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국제 방산 전시회와 협력 논의 현장은 단순한 영업 무대가 아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래 전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일정은 수주보다 방향을, 계약서보다 판의 이동을 확인하는 행보에 가깝다.
아주경제 방산포럼이 던진 질문, 현장에서 답하다
얼마 전 아주경제가 개최한 ‘2025 국방방산포럼’의 출발점도 같았다. 그 포럼은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질문은 하나였다.
K-방산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수출 계약 규모나 개별 무기 성능을 넘어, 한국 방산이 어떤 산업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점검하자는 문제의식이었다.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보다, 이 산업이 무엇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LIG가 보여주는 위성과 AI로의 이동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현장 답변이다. 방산의 다음 단계는 무기를 더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먼저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라는 인식이다.
방산의 중심은 무기에서 ‘판단’으로 옮겨갔다
전쟁의 모습은 이미 바뀌었다.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보다, 그 이전에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인공위성은 전장의 눈이고, AI는 그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는 두뇌다.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은 오늘날 위성과 AI의 역할을 가장 쉽게 설명한다. 무기를 쓰기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현대 방산의 핵심이다.
해외 방산기업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스스로를 무기 제조사가 아니라 ‘통합 전장 설계 기업’으로 정의한다. 위성, 감시정찰, 지휘통제, 데이터 분석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쟁은 더 이상 개별 무기로 치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성과가 아니라 책임에서 드러난다
인공위성과 AI는 결코 편리한 선택이 아니다. 실패 가능성이 높고, 실패했을 때 변명의 여지도 적다. 특히 위성은 오랫동안 국가가 주도해온 영역이다. 민간 기업이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맞닿은 책임을 함께 떠안겠다는 뜻이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효율을 높이지만, 동시에 판단의 무게를 키운다. 알고리즘의 오류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AI는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듯, 배를 가라앉히는 것은 풍랑이 아니라 방향 상실이다. AI는 속도를 높여주지만, 방향은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이 그룹이 택한 길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더 안전한 길이 아니라, 책임이 가장 무거운 길이다.
성과 이후를 준비하는 리더십
지금 한국 방산은 분명 성과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성과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LIG의 선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방산기업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국가는 어디까지 민간과 역할을 나눌 것인가.
기업가정신은 화려한 실적 그래프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위험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얼마나 오래 견딜 준비가 돼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인공위성과 AI로 향한 이 선택은, 한국 방산의 다음 장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방향은 언제나 성과보다 먼저 결정된다.
[인포그래픽=노트북LM] |
아주경제=칼럼리스트 기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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