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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침대에 인형 안고 누웠다...기저귀 사라진 요양병원의 비결

머니투데이 경북(예천)=박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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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침대에 인형 안고 누웠다...기저귀 사라진 요양병원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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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경북 경도요양병원 방문
2027년 '간병 급여화' 앞두고 지역 현장 의견 청취
냄새 없고 기저귀 안 차는 '존엄케어'로 전국서 발길
이윤환 이사장 "환자 인권 중요…급여 대상 늘려야"

지난 19일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한 환자가 손에 억제대 대신 인형을 쥔채 누워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지난 19일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한 환자가 손에 억제대 대신 인형을 쥔채 누워있다./사진=박정렬 기자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경도요양병원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서울아산병원이 벤치마킹한 곳으로 유명하다. 개설 후 19년간 300여곳의 의료기관이 이곳에서 '존엄케어'를 배우고 돌아갔다. 존엄케어는 냄새, 낙상, 와상, 욕창이 없는 4무(無)와 억제대·기저귀를 채우지 않는 2탈(脫)을 강조하는 이 병원의 '경영 철학'이다.

지난 19일 간병 급여화를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와 함께 찾은 경도요양병원은 4~7인실의 414개 병상이 환자로 가득했다. 뇌졸중·치매, 교통사고 등을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상당수였다. 그런데도 4무·2탈의 '존엄케어'는 실제 작동했다. 뇌출혈로 반신마비가 온 52세 배태환씨는 "요양병원이라고 하면 '마지막에 가는 곳'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여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87세 이계순씨는 "간호사도 친절하고 프로그램도 재밌다"며 "내 집 같다"고 편안해했다.

환자의 편의와 존엄은 경영자의 철학과 의사, 간호사, 간병인 등 구성원이 흘린 땀이 산물이다. 이곳은 존엄케어의 '4무' 실현을 위해 주 2회 환자를 목욕시키고 치위생사를 자비 고용해 구강 관리에 신경 쓴다.(냄새) 치매 환자의 낙상 예방을 위해 온돌방을 만들고 바닥에 20㎝ 높이의 침대를 자체제작했다.(낙상)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은 치매 환자의 낙상 예방을 위해 온돌방을 마련했다./사진=박정렬 기자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은 치매 환자의 낙상 예방을 위해 온돌방을 마련했다./사진=박정렬 기자



고령층은 누워만 있어도 근육이 빠지고 건강이 나빠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침대에서 나오도록 특식을 제공하고 요리·노래교실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참여를 유도한다(와상). 또 2시간마다 원내 방송으로 체위 변경, 환기 시간을 알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욕창). 경추 골절로 이곳에서 3년째 재활 치료 중인 63세 이관현씨는 "처음에는 손도 움직이지 못했고 심한 욕창으로 고열에 시달렸다"면서도 "그러나 10번을 불러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던 간호사·간병인의 헌신과 충실한 재활치료 덕에 지금은 퇴원을 생각할 만큼 좋아졌다"고 웃었다.

이윤환 이사장은 "환자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다면 직접 화장실을 가게해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체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성이 높은 치매 환자도 억제대를 하거나 주사로 재우지 않고 스스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대화로 적응을 유도한다"고 '2탈'의 실천 방법을 언급했다. 실제 누워있는 환자 일부는 억제대 대신 손에 장갑을 끼거나 인형을 쥔 모습이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북 경도요양병원을 찾아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북 경도요양병원을 찾아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이윤환 이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곳곳을 돌아본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병 급여화를 추진하겠다"며 "단순한 간병이 아니라 환자의 존엄케어 위해 많은 사람의 노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제도 설계를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력 기준 낮추고 대상은 확대해야"

정부는 지난 9월 공청회를 열고 간병비 본인 부담률을 100%에서 30% 내외로 낮추는 내용의 정책 방향을 공개, 같은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내년 하반기 추진 계획을 확정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간병 급여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의료·간호 역량이 충분한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개를 선정하고, 이곳에서 치료받는 중증도 이상 환자에게 단계적으로 간병비 급여를 적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간병 인력은 환자 4명당 1명을 배치하고 △3교대 근무 △직고용 중심으로 전환해 질적 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양병원들은 선택적 급여화에 따른 치료 불평등, 간병 인력 부족 등의 우려를 제기한다. 전체 1400여개의 요양병원 중 3분의 1인 500개만 간병 급여가 적용되면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지역·병원 간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간병 인력 기준을 정부안에 맞추려면 환자 4명당 데이·이브닝·나이트·오프 등 간병인 4~5명이 필요한데 당장 충원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병원 투어 후 정책간담회에서 정 장관에게 "외국인 간병인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이윤환 이사장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도요양병원을 둘러보며 '존엄케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지난 19일 이윤환 이사장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도요양병원을 둘러보며 '존엄케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이날 이윤환 이사장은 나아가 "간병 인력 기준을 낮추고 급여 대상 요양병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4명 기준이 아닌 최소 6명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간병 인력을 배치하고, 남은 재원으로 더 많은 요양병원을 간병 급여화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도요양병원은 입원 환자가 400여명, 간병인은 67명으로 6대 1 수준이지만 구성원들의 뜻이 모여 '존엄케어'를 무리 없이 안착·유지하고 있다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5명의 간병인은 66세부터 73세까지 고령으로, 일부는 24시간 같이 생활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평균 급여는 300만원 안팎으로 높지 않지만 간병인의 직업적인 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70세 간병인 남영희씨는 "8대 1 간병을 하느라 힘들기도 하고 월급도 많지 않지만 할머니들을 돌보는데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 간병인 조성찬씨도 "돈보다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며 "환자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이윤환 이사장은 "간병 급여화를 가능한 많은 요양병원이 받아야 환자는 싼 곳만 찾지 않게 되고, 병원 간에 서비스 경쟁이 붙어 의료 질이 오를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요양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하지 새로운 차별을 만들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간병 인력 등 제기된 우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제도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예천)=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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