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 입수
코스피 오르자 주식 매각해 서울 주택 매입
“주식보다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
코스피 오르자 주식 매각해 서울 주택 매입
“주식보다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
최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나타난 코스피 지수.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는 첫 대출 규제(6·27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후 5개월 간, 주식을 매각해 서울 주택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주식시장 상승세가 나타난 데다가 10·15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연이어 강화되자, 주식을 팔아 부동산 ‘영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택 시장으로 쏠리는 자금을 주식시장에 보내 기업 성장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23일 본지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서울 내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6·27 대출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주택을 매매할 때 활용된 ‘주식 및 채권 매각대금’은 1조6249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조달계획서제출 기한이 주택 매입 후 30일 임을 고려하면, 주택 시장으로 넘어온 자본 시장 매각 대금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가주택 밀집 지역으로 규제의 목표가 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만 주식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7009억원이 흘러갔다.
자금조달계획서는 규제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사거나, 비규제지역이라도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 부동산 취득 자금을 어떤 경로로 마련했는지 작성해 정부에 제출하는 서류다. 국토부는 현재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금융기관 예금액 ▷주식·채권 매각 대금 ▷증여·상속 ▷현금 ▷부동산 처분대금 등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 ▷임대보증금 등 ‘차입금’을 세부 항목으로 분류해 주택 매입자의 자금 출처를 파악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코인 매각 대금도 기입해야 한다.
통상 부동산 처분대금과 금융기관 대출액이 집을 사는 자금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대출규제 강화와 코스피 등 주식시장의 수익률 상승이 맞물리며 주식·채권 매각 대금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내서 주택 매입 시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지난 7월과 8월 1983억원, 1843억원에 그쳤지만, 코스피가 상승하기 시작한 9월 4619억원으로 급격하게 뛰었다. 그러던 중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긴 10월 5813억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10월은 대출 규제도 강화돼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서울 주택 매수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졌다. 코스피 종가가 3000선이었던 7월과 8월 이 비중은 각각 3.47%, 3.86%에 그쳤지만 코스피 종가가 3424.60을 기록한 9월에는 이 비중이 4.18%로 증가했다. 이후 4107.50을 찍은 10월에는 4.91%까지 급등했다.
11월에도 서울 주택매수 대금에서 주식이나 채권 매각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를 기록하며 더 올랐다. 코스피 급락으로 인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팔자’ 행렬이 시작되자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주택 매입에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보다 주택 시장이 안전한 수익을 보장할 것이란 인식을 바꾸지 않고선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식시장은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빠져나가는 등 유동성 장세로 인식돼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부동산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