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사진=뉴스1 |
헌법재판소가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한 PD A씨가 보도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상 보도금지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PD A씨가 기소유예는 잘못됐다며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을 담당하는 PD A씨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16개월쯤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검찰은 2023년 6월 A씨에게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의 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형사 사건에 대해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다른 것들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에 A씨는 2023년 9월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피해아동의 사진 등을 방송 보도한 A씨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됐다고 할 수 없는데도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헌재는 A씨의 행위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방송은 피해아동을 추모하고 아동학대 범죄의 정확한 사실관계에 상응해 가해자가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수사기관 등 관련 기관을 비판해 후속 조치와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사실을 그대로 전달해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방송이 이뤄진 경위와 구체적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상당성·적합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헌재는 "사건의 진상이 충분히 조사되고 규명돼 가해자가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이라며 "방송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아동학대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범행 내용에 부합하는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아동학대범죄의 예방 방안 등을 공론화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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