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김연경(좌측)-배드민턴 안세영 |
(MHN 권수연 기자) 2025년 한 해도 스포츠의 시간은 굵직하게 흘러갔다.
각종 종목에서 '신성'과 '황제'들의 치열한 투혼이 오고간 가운데 '사상 최초'의 새로운 역사도 여러번 쓰여졌다.
올 한해 체육계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 중 하나를 꼽자면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삼성생명)의 독주를 빼놓을 수 없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우승과 더불어 협회 부조리 폭로로 체육계에 큰 충격파를 던지면서 그 해의 주역으로도 뜬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인사가 개편되고 부조리한 규정 일부 또한 개선됐다. 안세영은 올해에는 순수 성적으로 이에 화답했다.
아울러 T1의 아이콘이자 리그오브레전드(LoL) 세계 최고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이 사상 최초로 쓰리핏(3연패)을 달성했다.
또 '배구 황제' 김연경은 올해 현역에서 은퇴한 후 도전한 첫 배구 예능으로 방송가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승률, 상금, 승수...새 역사 반석 세운 '셔틀콕 여제'
올 한해 세계 여자 배드민턴의 시간은 안세영으로 시작해 안세영으로 끝났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2-1로 꺾고 금관을 차지했다.
이 기록으로 안세영은 올해 열린 15개 대회에서 11승 금자탑을 쌓아 여자부 최초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을 한 차례 고쳐썼다.
안세영의 대기록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 오픈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출발했다.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싹쓸이하며 심상찮은 '승승장구' 가도를 달렸다.
무적에 가까운 안세영을 가로막은 선수는 올해 단 두 명 뿐이다. 천위페이(중국)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가 각각 2번, 1번씩 안세영을 꺾었다. 다만 중요한 순간 안세영은 이 둘을 모두 꺾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다.
싱가포르오픈은 8강, 세계선수권서는 4강까지 올랐고 중국오픈은 무릎 컨디션 이슈로 기권했다. 안방에서 치른 코리아오픈에서는 야마구치에 잡혀 준우승에 그친 것이 패배 기록의 전부다. 기권패를 제외하면 단 3번만 패한 셈이다.
더불어 72개 국제대회 가운데 단 4번만 패하며 승률 94.8%로 역대 남녀 단식 선수 중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상금 또한 사상 최초로 누적 100만 달러(100만 3,175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선수 가운데 단일 시즌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선수로도 새 역사를 썼다.
사상 최초 쓰리핏...'페이커' 이상혁의 역사는 전진한다
2023,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소환사의 컵'을 보란듯이 들어올렸다.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T1은 지난 11월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에서 사상 처음으로 3연속 우승(쓰리핏)을 달성했다. KT 롤스터를 세트점수 3-2로 꺾으며 대서사를 화려하게 매듭지었다.
이상혁의 '쓰리핏'은 사실 이전에 한 차례 좌절을 맛본 바 있다. T1 전신인 SK텔레콤 T1 당시에 2015, 2016 월즈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아쉽게도 2017년 준우승에 그치며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쓰리핏'을 달성한 팀이 없었기에 2024 월즈 우승 이후 올해 이상혁의 행보에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그리고 T1은 올해 4년 연속 결승에 올랐다. KT를 상대로 첫 세트를 가져오고 2, 3세트를 내주는 등 고전하다가 4, 5세트를 차지하며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그 전까지 이상혁의 경기력에 잠시 기복이 찾아왔기에 반신반의하던 팬들을 환호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이 우승으로 '페이커' 이상혁은 롤드컵 통산 5회 우승에 이어 최초 쓰리핏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덤으로 이상혁은 T1과 2029년까지 4년 장기 재계약을 맺으며 반가운 소식을 하나 더 안겨줬다.
이상혁은 재계약을 맺은 후 "사실상 T1에서 저의 프로 생활 전부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원클럽 프랜차이즈의 의지를 내비췄다.
그는 "제가 기량을 보여드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40대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는 기량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년 현역 마친 '배구황제', 은퇴 후엔 '예능신인 김연경'
올해 초 배구판은 미리 예고된 큰 작별을 준비했다. 20년 동안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끌어올린 '배구황제' 김연경이 2024-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지난 2005년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데뷔해 은퇴 직전까지 총 7번의 MVP(05-06, 06-07, 07-08, 20-21, 22-23, 23-24, 24-25)를 수상했다. 신인상-정규 MVP-챔프전 MVP를 데뷔 시즌에 모두 차지한 사례는 프로스포츠 사상 김연경이 유일했다.
이후로도 그는 일본, 중국, 튀르키예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세계 여자배구 선수 정상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은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 3연속 본선 진출, 두 차례 4강 진출을 이뤄냈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김연경은 해외에서의 활약을 마무리한 후 국내 V-리그로 돌아왔다.
본디 그림은 우승과 더불어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두 번의 준우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역 연장을 선언한 그는 직전 시즌 마침내 통합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선수로서의 역할은 마쳤지만 여전히 배구인으로 코트에 남은 그는 배구를 대중에 알리기 위한 새로운 길을 준비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재단 사업과 더불어 사상 최초 배구 예능인 MBC '신인감독 김연경'에 감독으로 출연했다. 실업 선수, 프로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모아 '원더독스'를 창단했다.
'원더독스'는 단순히 예능 배구팀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팀에서 밀려났던 세터 이나연이 다시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것이다. 뒤이어 몽골 출신 아마추어 선수였던 인쿠시가 정관장에 발탁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새로운 여파를 불러왔다. '김연경 애제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데뷔한 인쿠시는 정관장 데뷔 첫 경기에서 11득점을 터뜨리며 무난한 출발을 선보였다.
아울러 '신인감독 김연경'은 올해 2025 방송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비드라마 시리즈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사진=페이커 SNS, 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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