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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해킹 당하면 성형해야 하나요”… 휴대폰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 도입하자 소비자들 반발

조선비즈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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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해킹 당하면 성형해야 하나요”… 휴대폰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 도입하자 소비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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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정보까지 해킹당하면 얼굴을 성형해야 하나요.”

정부가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신원 확인과 함께 안면 인증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이동통신 3사와 일부 알뜰폰 회사가 3개월간 시범 운영한 후 내년 3월 23일 정식 도입됩니다. 정부와 통신사는 “인증에 사용된 생체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셉니다.

안면 인증 시스템은 이통 3사가 운영하는 패스(PASS) 앱을 통해 제공됩니다. 신분증의 얼굴 사진과 신분증 소지자가 동일한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해 줍니다. 데이터는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 여부의 결과만 저장되고 생체 정보 등은 별도로 보관되지 않는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시범 운영 기간에는 안면 인증 실패 시에도 휴대전화 개통을 진행하고 실패 사례를 정밀 분석해 인식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안면 인증을 도입하면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명의를 대여하는 방식의 대포폰 개통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기대했습니다. 대포폰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올해 11월까지 1조1330억원에 달했는데, 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안면 정보는 변경할 수 없는 고유한 개인 식별 정보이기 때문에 한번 유출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신 3사가 일제히 해킹을 당한 상황에서 보안 시스템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국회전자청원사이트의 ‘안면 인식 의무화 정책 반대에 관한 청원’에는 22일 오후 5시58분 기준 3만1906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 글은 지난 18일에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국민의 일상적인 통신 이용을 조건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생체 정보 제공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생체 정보 인증 의무화 추진을 중단하고 이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생체 정보를 대체할 수 있는 인증 수단을 우선 도입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공론화와 영향 평가를 실시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은 2019년 12월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 인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상당수 앱이 동의 없이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거래하는 부작용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안면 인증 시나리오./과기정통부

안면 인증 시나리오./과기정통부



여기에 안면 인증 대상에서 외국인은 제외된다는 이야기가 나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현재 안면 인증의 대상이 되는 업무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이용한 신규 개통, 번호이동, 기기 변경, 명의 변경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없는 외국인은 특혜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분증을 읽어들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국가보훈증,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 타 신분증까지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면 인증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옵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범죄를 목적으로 한 이들에게 안면 인식은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라며 “범죄에 악용하려면 안면 인식까지 거친 대포폰을 개통하면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공론화 과정 없이 안면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보안을 강화하려는 조치인 것은 이해되지만, 안면 인식이 오류율도 높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이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안전성을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하는데, 너무 짧은 시간에 의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안면 인증은 얼굴 다수의 특징점 중 상당 부분이 맞다면 동일인이라 판단하기 때문에 인증 자체가 얼굴 정보를 모두 수집한다고 볼 수 없지만, 보안이란 100% 안전한 것은 없다”며 “국민들이 불안을 느낀다면 선택권을 부여해야지 강제로 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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