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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농심, 한결같은 스프철학으로 K라면 열풍 이끈다

중앙일보 김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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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농심, 한결같은 스프철학으로 K라면 열풍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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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구현 위한 끊임없는 연구



“국물 맛이 핵심” … 안성 스프전문공장 설립

80년대에 동결건조 등 최신 설비 130억 투자

내년 수출전용공장 완공, 유럽 시장 등 공략

올해 농심은 신라면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선포하며 해외 공략을 가속했다. 사진은 미국 타임스퀘어 디지털 옥외광고에 신라면과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협업 광고가 송출되는 모습. [사진 농심]

올해 농심은 신라면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선포하며 해외 공략을 가속했다. 사진은 미국 타임스퀘어 디지털 옥외광고에 신라면과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협업 광고가 송출되는 모습. [사진 농심]


“농심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 그대로 심는다. 한국인들에게 맛있는 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맛있다.”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이 견지했던 지론으로, 농심의 해외 진출 전략은 언제나 이 명제를 향해 있다. 전 세계 소비자를 설득하는 힘은 유행을 좇아가는 모방이 아니라, 한국 라면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는 믿음이다.

가장 한국적인 매운맛 ‘신라면’이 내년이면 출시 40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며 명실상부 글로벌 K라면 전성기를 이끄는 신라면, 그 기반에는 한국의 맛을 구현하기 위한 농심의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있었다. 특히 농심은 일찍부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국물 맛의 해답을 ‘스프’ 기술력에서 찾아왔다. 농심이 1980년대 초, 당시 연매출의 10%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안성 스프전문공장에 단행한 이유다.

농심이 1985년 국내 라면업계의 1인자로 도약한 것이나 오늘날 농심 라면의 세계화를 이룩한 토대에는 안성 스프전문공장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면의 질적 차별화, 전과는 다른 차원의 ‘맛있는 라면’을 만들겠다는 각오에서 농심의 스프전문공장 설립의 구상은 시작됐다.

농심은 70년대 당시 업계의 통념이었던, 라면은 ‘면’ 중심 식품이라는 콘셉트를 ‘스프’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는 라면에 ‘질보다는 양’을 기대하던 시절이었지만, 농심은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맛과 품질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이에 농심은 과감한 투자를 결심, 최적의 설비를 도입했다. 82년 당시 자본금의 두 배에 달하는 48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설립했다. 이어 80년대 말까지 동결건조 설비, 연속진공건조기와 같은 당대 최신 설비 도입에 130여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며 기술 격차를 벌렸다.

국내 라면업계의 1인자 도약과 오늘날 농심 라면의 세계화를 이룩한 토대가 된 농심 안성 스프전문공장의 1980년대 모습.

국내 라면업계의 1인자 도약과 오늘날 농심 라면의 세계화를 이룩한 토대가 된 농심 안성 스프전문공장의 1980년대 모습.





1985년 시장 점유율 41%로 1위, 신라면 출시 후 54%



안성공장은 가동 이후 곧바로 농심의 르네상스를 여는 핵심 생산기지로 활약했다.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짜파게티’(1984) 등 지금도 사랑받는 히트 브랜드를 연이어 탄생시킨 것이다. 그 결과 83년엔 전체 라면시장을 30% 가까이 성장시키는 성과를 냈고, 창립 20년 만인 85년엔 40.7%의 점유율로 라면업계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86년엔 지금까지도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신라면의 대히트로 88년 말 기준 시장 점유율 54%를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후 농심은 91년 신라면 국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구미공장을 가동하며 확고한 국내 시장 지위를 다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신라면컵 세계서 호평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진 농심의 시선은 이제 세계로 향해 있다. ‘신라면’은 국내외 소비자들을 모두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매콤하고 달콤한 ‘스와이시(SWICY)’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운 ‘신라면 김치볶음면’과 글로벌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신라면컵 시리즈 등 글로벌 K라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제품의 리뉴얼이나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맛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농심이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력은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창의적인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올해 농심은 신라면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선포하며 해외 공략을 가속했고,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으로 콘텐츠의 재미를 신라면에 접목하고 있다.

지난 11월 출시한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스와이시(SWICY)’ 트렌드를 반영, 신라면 고유의 매운맛에 볶음김치의 감칠맛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농심은 신라면 김치볶음면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호주·대만을 시작으로 현지 수출 판매를 시작했고 내달 초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도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12월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컵라면을 현실화한 신라면컵 3종(햄버거컵·슈퍼스타컵·스파이시퀸컵)을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속 제품을 농심의 기술력으로 실제 구현한 ‘햄버거맛’ ‘슈퍼스타맛’ 등의 이색적인 시도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미식 경험을 제공하며 호평받고 있다.

앞서 출시한 ‘신라면 툼바’ 역시 진한 크림과 매운맛의 조화로 글로벌 인기를 얻으며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닛케이 트렌디 선정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022년 미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농심은 2026년 하반기 완공될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성장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농심의 연간 수출 라면 생산량은 2배가량 증가하며, 향후 라인 증설을 통해 최대 3배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농심 관계자는 “녹산 수출공장의 생산력은 3월 판매법인을 설립한 유럽 시장과 시너지를 내는 것은 물론, 성장 잠재력이 큰 남아메리카·서남아시아 시장 공략의 핵심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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