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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격시험으로 ‘안전이 최우선’ 학습시켜야[기고/이우영]

동아일보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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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격시험으로 ‘안전이 최우선’ 학습시켜야[기고/이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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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저개발국을 방문하면 늘 안타깝게 느끼는 것이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다. 많은 사람이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난다. 미안함도 없이 간단하게 핑계를 대고 넘어간다. ‘시간은 비용’이란 생각보다 이들에겐 시간이란 한없이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비용이 또 있다. 바로 ‘안전 비용(安全 費用)’이다. 안전은 생명에 위해를 초래할 만한 위험 또는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안전이란 사람이 존귀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제로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은 바로 인간의 존귀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제조업 노동시장의 중요한 첫 진입 경로가 바로 국가기술자격시험이다. 자격시험이 산업현장의 안전 의식을 확고히 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수험자들은 국가기술자격시험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각인하게 된다. 작업형 실기시험 중에는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 많다.

특히 시험을 보는 수험자들은 안전보다는 시험 합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안전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작업형 실기시험의 경우 안전을 따로 채점 항목으로 둬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공단이 시행하는 490여 개의 국가기술자격시험에는 매년 400만여 명의 수험생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 100만여 명이 작업형 실기시험에 응시한다. 지게차, 공조냉동, 용접, 가스, 타워크레인, 가구 제작, 요리 등의 종목과 같이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종목도 많다. 시험장 장비 사용이 미숙하거나 시험장의 관리 미흡 등으로 언제든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

공단은 수험자의 자격시험에 대한 도전 과정이 사회 전체의 안전 문화를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안전 비전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100편의 종목별 안전 영상 제작, 시험장에서 안전 정보 시각화 제공, 중장년 응시가 많은 고위험 종목 집중 관리, 내외부 위원의 안전 교육 참여, 심폐소생술 등 현장 대응 수준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안전은 리스크 관리이자 ‘체계적 관리는 비용’, 즉 안전 비용과 같다. 공단의 이러한 노력은 올해 시험장에서 의식을 잃었던 수험생에게 신속한 조치를 통해 소중한 두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가기술자격시험 수험자들은 산업현장에서 근무하기 전에 준비 과정과 실기 자격 취득 과정에서 학습하게 된다. 노동시장으로 가는 첫 관문인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은 ‘안전은 자격시험의 첫 문항’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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