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 동참 의사
업계선 "서로 필요해... 당연한 수순"
경쟁력 잃고 부품 공급 역할 그칠 우려
독자 AI 경쟁력 키우는 노력 계속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미국산 인공지능(AI)' 구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기업은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업계에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우리 기업들이 포획되며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한국의 독자 AI 생태계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22일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분야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AI 모델, 기술 표준에 이르는 전체 AI 생태계(Full-stack·풀스택)를 미국에서 만들어 동맹국에 수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AI를 지렛대로, 추격자인 중국을 배제하고 눌러놓겠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은 이 구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맹국인 한국 기업이자, 독보적인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미국 정부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이나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에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향후 두 기업이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수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면, 미국 정부로부터 갖은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될 수 있다.
업계선 "서로 필요해... 당연한 수순"
경쟁력 잃고 부품 공급 역할 그칠 우려
독자 AI 경쟁력 키우는 노력 계속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미국산 인공지능(AI)' 구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기업은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업계에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우리 기업들이 포획되며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한국의 독자 AI 생태계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안정적 수요 유지, 기술 협력 기회
22일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분야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AI 모델, 기술 표준에 이르는 전체 AI 생태계(Full-stack·풀스택)를 미국에서 만들어 동맹국에 수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AI를 지렛대로, 추격자인 중국을 배제하고 눌러놓겠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은 이 구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맹국인 한국 기업이자, 독보적인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미국 정부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이나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에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향후 두 기업이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수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면, 미국 정부로부터 갖은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양국 간에 상호 의존적인 AI 공급망을 고려할 때 두 기업의 참여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미 세계 D램 생산의 70%가량을 한국이 도맡고 있는 상황이라, 두 기업의 참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확실한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유지하고, 향후 국산 AI 발전에 필요한 기술 협력을 강화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AI 발전 지연 우려... 미국에 갇히지 말아야
일각에선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미국 기업의 공급자 역할에만 머물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국가정보원 유관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 8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미국의 AI 행동계획에 관해 "우리에게 기회와 도전의 양면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 게 대표적이다.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AI 공급망에서 일부 비교우위 품목에만 특화된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내 생태계의 역량을 균형있게 발전시켜가야 한다"며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레버리지 발굴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시장이 트럼프 정부의 구상대로 마냥 안보 논리에 따라 편이 갈리기만 하진 않을 거라는 시각도 물론 있다. 한 국내 AI 기업 관계자는 "AI는 냉혹한 시장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마저도 중국 시장을 두드리려 하고,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해 백악관과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구상에만 갇히지 않고,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