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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 인사 표류… '대행 경찰서' 속출하나

머니투데이 김미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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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 인사 표류… '대행 경찰서' 속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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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예정 34명, 공로연수 없이 오는 31일까지 현업
내달말 결과 '헌법존중 정부혁신TF' 인사 단행 변수

경찰 총경급 하반기 정기인사가 연말까지 미뤄지면서 하반기에 퇴직예정인 총경들이 공로연수 없이 현업을 이어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서장이 후임 없이 퇴직하면 당장 내년부터 경무과장 등 대행이 경찰서장을 맡는 '대행 경찰서'도 속출할 전망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퇴직자 공석만 최소로 채우는 소폭의 '크리스마스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정년퇴직이 예정된 총경 34명은 인사이동 없이 기존 보직을 유지한 채 오는 31일 퇴직일을 맞는다. 총경은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과장, 일선 경찰서장을 맡는 고위간부다.

통상 총경급 간부는 퇴직 4~5개월 전 인사로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긴 뒤 공로연수에 들어가 퇴직준비 교육을 받는다. 최근 5년간 하반기 총경 전보인사는 △2020년 8월14일 △2021년 7월15일 △2022년 8월11일 △2023년 7월27일 △2024년 8월22일 등 7~8월에 단행됐다. 그러나 올해는 하반기 인사가 12월 말까지 지연되면서 퇴직 예정자들이 사실상 공로연수 없이 현업에서 퇴직을 맞게 된다. 후임이 없는 경찰서장은 경무과장 등에게 경찰서를 맡기고 퇴직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통상 시기보다 4개월 이상 늦어진 탓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지휘부가 지정되지 않으면서 조직이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며 "인사가 늦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요한 현안들이 제때 정리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는 이달 내로 인사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8일 열린 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총경급 전보인사와 관련, "현재 검토 중으로 올해 안에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이른바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명예회복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부분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사지연의 핵심변수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불법행위 가담여부를 조사 중인 '헌법존중 정부혁신TF(태스크포스)'가 꼽힌다. 조사 마무리 시점이 다음달 31일로 예정돼 결과가 나와야 고위직 인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 직무대행은 헌법존중TF와 관련, "여러 수사도 이뤄졌고 재판도 진행 중인 부분이 있어 종합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파면으로 인사논의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차기 경찰청장 임명까지는 경찰위원회의 동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대규모 전보·승진인사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인사가 크리스마스인 25일을 전후로 대규모 이동 없이 퇴직자 때문에 생기는 공석만 최소한으로 채우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예 하반기 인사를 건너뛰고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로 통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총경급 경찰관은 "조직이 계엄과 관련해 경찰을 대상으로 수사 중인 사건조사도 크게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인사가 크긴 어려울 것같다"면서도 "하반기 퇴직자들이 있는 주요 보직을 비울 수는 없는데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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