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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피하려 '성별'만 3번째 바꿨다?···남성→여성→논바이너리로 바꾼 사람의 정체

서울경제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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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피하려 '성별'만 3번째 바꿨다?···남성→여성→논바이너리로 바꾼 사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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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교도소 수감을 피하기 위해 법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던 독일의 네오나치 활동가가 최근에는 ‘논바이너리’로 다시 성별 전환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더 선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혐오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도주 중인 독일 네오나치 활동가 마를라-스벤야 리비히(54)는 최근 자신의 법적 성별을 논바이너리로 변경해 달라고 당국에 신청했다.

논바이너리는 자신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개념이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리비히는 법적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다시 여성에서 논바이너리로 성별을 변경하게 된다.

리비히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적인 삶과 공적인 정체성을 분리하고 싶다"며 "더 이상 마를라 스벤야로 살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그 정체성을 망쳐놨다"고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완전한 여성도, 남성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그래서 내 성 정체성은 다른 무언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7월 독일 법원은 리비히에게 혐오 선동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그는 올해 1월 독일의 ‘성별 자기결정권법’을 활용해 의료적·심리적 심사 없이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했고, 이름도 남성형 ‘스벤’에서 여성형 ‘스벤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리비히는 남성 교도소가 아닌 작센주 켐니츠의 여성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8월 29일 수감일에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다. 독일 당국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리비히는 수감 예정일 이전인 8월 5일 다시 한 번 성별을 '논바이너리' 또는 '미등록'으로 변경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다만 관할 등록청은 리비히가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차 진행을 거부했다. 그는 11월 6일로 잡힌 출석 일정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리비히는 공증된 서명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행정 결정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했다. 서명 제출 기한은 2026년 2월 6일까지로 알려졌다.


현재 리비히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감 불응 다음 날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생성형AI(인공지능)로 만든 이미지가 올라와 러시아 도피설이 제기됐다. 그는 “칼리닌그라드로 돌아간 뒤 국경 검문 없이 독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990년대부터 독일 극우 진영에서 활동해온 리비히는 성별 변경 이전까지 성소수자를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 독일 동부 할레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사도 방해한 인물로 알려지기도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성별 전환 신청이 실제 성 정체성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교도소 수감 회피 또는 법 제도 조롱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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