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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외로운 늑대’ 선동…IS 테러에 작년 1805명 사망[사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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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외로운 늑대’ 선동…IS 테러에 작년 1805명 사망[사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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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교 축제 ‘하누카’ 행사를 겨냥한 총기 테러로 15명이 사망한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용의자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IS와 연관된 테러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IS의 테러 선동력이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다이 비치 총격 사건 다음날 시리아에서는 IS 영향을 받은 병사가 미군 2명 등 미국인 3명을 살해했다. 그다음 날에는 폴란드 한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노린 폭탄 테러를 계획하던 법대생이 체포됐다. 지난 10월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유대교 명절 욤키푸르(속죄일) 당일 유대교 회당을 겨냥한 차량 돌진 및 흉기 공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들의 용의자 모두 IS와 관련성이 드러났다. 부자관계였던 본다이 비치 테러 용의자 차량에서는 IS의 검은색 깃발이 발견됐으며 22일 법원이 공개한 용의자들의 휴대전화 영상에는 IS 깃발 앞에 앉아 코란 구절을 낭송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폴란드 폭탄 테러 미수범은 소셜미디어에서 IS 관련 상징물을 공유했으며 IS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맨체스터 욤키푸르 테러의 범인은 범행 직후 긴급전화(999)로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시리아 정부는 미군 살해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을 지녔다며 IS와의 연계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IS 극단주의 사상 전파…시드니 총격 사건 등 최근까지 참극 잇따라
서방 테러 용의자 5명 중 1명은 10대…뉴스레터로 폭력 행위 조장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반이스라엘 정서 이용, 유대인 공격 부추겨

IS는 2014년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이라크·시리아 일대에 ‘칼리프 국가’(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리는 종교 국가)를 수립하고 2015~2017년 전 세계에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자행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130명이 숨진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32명이 사망한 2016년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등 유럽 전역에서 테러 공격을 조직하거나 사주했다.

칼리프 국가는 2017년 다국적 연합군에 패해 핵심 영토를 잃으며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2019년 시리아 바구즈의 최종 거점이 함락되며 지도상에서 소멸했다. 이후 IS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으로 거점을 옮겼고 지하 테러 네트워크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극단주의 사상을 전파하며 세계 곳곳의 ‘외로운 늑대’를 대상으로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국제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 세계 테러리즘 지수’를 보면 지난해 IS 테러로 22개국에서 1805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반복되는 유혈 사태는 IS가 변화에 적응했음을 보여준다”며 “선전 활동을 강력한 도구 삼아 치명적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 활동을 추적하는 SITE인텔리전스그룹의 대표 리타 카츠는 “IS의 회복력은 유연함에 있으며, 새로운 현실에 맞게 자신들을 변화시키며 살아남고 있다”고 말했다.


IS는 정교한 미디어 운영 전략으로 외로운 늑대를 공략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알나바’(뉴스)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는 IS와 추종자들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이다.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을 통해 유포되며 그 주에 발생한 공격 횟수와 사상자 수를 집계하고 추종자들에게 폭력 행위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EP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방에서 있었던 테러 공격의 93%가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었다. 또 지난해 서방 국가 테러 용의자 5명 중 1명이 18세 미만이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IS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 전 세계 유대인들을 겨냥한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 IS는 지난 18일 알나바에 본다이 비치 테러에 관해 “자긍심의 원천”이라며 “유대인들과 직접 맞설 기회를 갖지는 못했지만 지지자와 동조자들이 전 세계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IS 잔당을 소탕하려 시리아 임시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시리아에서 지난 6개월간 테러 조직원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80건 이상 수행했다. 앤드루 테블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공습 횟수는 IS의 영향력이 알려진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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