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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대통령 가이드라인 속 ‘경쟁 입찰’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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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대통령 가이드라인 속 ‘경쟁 입찰’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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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해군 신예 프리깃함, 韓기업과 협력해 만들게 될 것"
올해 마지막 방위사업추진위서 결론
이 대통령, 사실상 '수의계약' 소거
HD현대중공업 '보안 감점' 적용 변수
방사청 "내년 말 선도함 계약 목표"


KDDX는 전투체계, 레이더,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해 장착하는 진정한 한국형 구축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KDDX는 전투체계, 레이더,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해 장착하는 진정한 한국형 구축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약 2년간 표류해 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도함 사업자 선정 방식이 ‘지명경쟁입찰(경쟁입찰)’로 22일 결정됐다. 사업자 선정을 두고 한화오션과 경쟁 중인 HD현대중공업이 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 감점 적용 가능성이 큰 상태라, 한화오션에 다소 유리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①수의계약 ②경쟁입찰 ③공동설계 중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기밀 유출 업체에 대한 수의계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방사청은 이날 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방안을 경쟁입찰로 의결했다. 방사청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일반적 원칙 준수와 사업참여기회 부여 등이 가능한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오는 2032년까지 총 7조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함정 건조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맡았다. 당초 계획상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후 지난해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양사 간 경쟁 과열로 방사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지연됐다. 방사청은 빠른 납기를 고려해 관례대로 기본설계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고 추진하려 했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강하게 주장했다.

방사청은 결국 사업 지연 약 2년 만에 한화오션이 바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경쟁입찰을 진행할 경우 '보안 감점' 적용 가능성이 있는 HD현대중공업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의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보안감점(1.2점) 적용이 연장 기로에 서 있다.

다만 이날 결과가 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사실상 수의계약에 대한 경우의 수를 지웠다는 해석이 나온 탓이다.

방사청은 향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해 방추위에 새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방추위 의결이 완료되면 방사청은 제안요청서를 기반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방사청이 양측의 제안서를 평가한 뒤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 방사청은 해군 전력화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늦어도 2026년 말까지는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어 사업자 선정 과정은 또 한 차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