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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도 '3040 영끌' 못 막았다…3분기 신규 주담대 역대 최대

중앙일보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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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도 '3040 영끌' 못 막았다…3분기 신규 주담대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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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직장인 A(33)씨는 올해 하반기 들어 휴일을 반납하고 아파트 ‘임장’(부동산 현장 탐방)에 나섰다. 6ㆍ27 대출규제 이후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다. 높은 값을 부르는 집주인과의 줄다리기 끝에 A씨는 강서구의 한 아파트를 샀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6억원까지 빚을 냈고,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약 300만원이다. 그는 “전셋집을 구하는 것마저 힘들 수 있다는 불안감에 불리한 조건에도 서둘러 매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김종호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김종호 기자.


A씨처럼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앞두고 급하게 ‘대출 열차’에 올라탄 사람이 많았다. 통계로도 확인됐다. 올해 3분기(7~9월) 30·40대와 수도권 거주자가 새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이 각각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6ㆍ27 대출 규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한 수도권 내 집 마련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22일 한국은행이 처음 발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의 골자다. 한은은 NICE 개인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약 235만 명의 표본을 추출해 통계를 냈다. 한은 가계부채DB반 민숙홍 반장은 “차주의 특성과 이용행태별 신규 취급액을 중심으로 한 미시적 통계로, 기존 잔액 기준의 분석과 달리 현재의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인당 신규 주담대는 평균 2억2707만원으로 2분기보다 1712만원 늘었다. 지난해 4분기(2억648만원), 올 1분기(2억1474만원), 2분기(2억995만원) 주춤하다가 3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일반 대출을 포함해 전체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은 1인당 3852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이 26만원에 그쳤다.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가까이(44.6%)를 차지하는 주담대가 3분기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의미다. 민 반장은 “최근 규제로 인해 대출 중단 흐름이 있고, 규제 직전에 실행한 대출들이 시차를 두고 3분기에 반영된 측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빚을 새로 많이 냈다. 1인당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30대가 2억879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2억4627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각각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주담대를 금액 기준으로 보면 30대(37.7%)와 40대(28.8%)가 66.5%에 달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차주(3억5991만원)와 수도권(2억7922만원) 대출 금액이 컸다. 서울 지역의 신규 주담대는 호남권(1억5539만원)의 2.3배에 달했다. 금액 기준 비중도 수도권이 63.2%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1인당 주담대가 1712만원이 늘었고, 전세자금대출도 355만원이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1억5478만원)은 202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택 외 담보대출도 269만원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은 385만원 줄었다. 6ㆍ27대책에서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을 차주의 연 소득 한도로 제한한 영향이다.

다만 민 반장은 “6ㆍ27대책 이후에 대출 둔화 흐름이 반영되어서 신규로 빌린 사람 수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돈을 빌린 사람은 줄고, 한 사람당 빌린 금액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30ㆍ40세대를 중심으로 서울의 소위 상급지 중심의 갈아타기나, 무리한 ‘영끌’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두드러진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 초 금융권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새로 설정되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수요가 ‘오픈런’처럼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7년부터 서울의 주택 공급이 10년 장기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 예고된 상황인데, 여전히 뚜렷한 공급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여줘야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하는 두려움)’ 심리를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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