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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1%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갚아야 할 이자는 늘어나는데 불경기로 소득이 오르지 않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 자영업자와 경기가 부진했던 건설업 부문의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개인사업자 부채(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은 1억7892만 원으로 전년보다 30만 원(―0.2%) 줄며 2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연체율(대출잔액 기준)은 0.98%로 전년(0.65%)보다 0.33%포인트 오르며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절대적인 연체율 수준과 상승 폭 모두 2017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금액 중 3개월 이상 상환되지 못한 연체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019년 0.42%, 2020년 0.40%, 2021년 0.31%, 2022년 0.36%로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2년 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저금리에 정책자금이 투입되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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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별로는 지난해 말 비(非)은행 평균 대출금이 전년(7464만 원) 대비 0.8% 감소한 7407만 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2.10%로 전년보다 0.72%포인트 뛰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은행 대출금은 1억485만 원으로 전년(1억458만 원)보다 0.3% 올랐고, 연체율도 0.19%로 전년보다 0.06%포인트 증가하는 등 보합세를 보였다. 이는 불경기 여파로 신규 대출이 줄어든 반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자금 압박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 연령대에서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특히 20대의 부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9세 이하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548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전년 대비 0.31%포인트 오른 1.2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연체율이 1.93%로 가장 높았고 사업지원·임대업(1.31%), 농림어업(1.29%) 등의 순이었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액은 1억2069만 원으로 전년(1억2355만 원)보다 2.3% 줄었다.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신규 대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 대출자들은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매출액별 연체율은 3000만 원 미만(2.03%)이 가장 높고, 10억 원 이상(0.28%)이 가장 낮았다. 대출 잔액으로 보면 연체율은 1000만 원 미만(2.54%)의 소액 대출자가 가장 높았고, 2~3억 원 미만(0.56%)이 가장 낮았다. 매출액이 적고 대출 규모도 작은 영세·신규 사업자 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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