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 대비 체감속도 저하 우려 반영…올해부터 단계적 전환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계획 수립 과정에서 5G SA 전환 흐름을 반영한 평가 체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 조건에 5G SA 전환을 포함시켰다. SA가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인공지능 무선접속망(AI-RAN)’ 구현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으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보단 정부 차원의 정책 수단을 통해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KT를 제외한 사업자들은 비(非)단독모드(NSA) 방식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A가 무선과 코어망 전 구간을 5G 표준 기술로 운용하는 구조라면, NSA는 5G 기지국을 LTE 코어망과 연동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NSA는 LTE 코어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상 지연·신뢰성을 좌우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코어 기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SA 전환 필요성이 커졌으나 사업자들은 추가적인 투자 부담과 함께 NSA 대비 초기 체감 속도 저하 가능성을 우려하며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특히 정부는 SA의 특성을 기존 속도 중심 평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5G 품질평가를 ‘최고 속도’ 중심에서 ‘이용자 체감형’ 방식으로 단계적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 올해 5G 품질평가는 NSA 환경을 기준으로 ‘5G-LTE 동시 측정’ 방식을 도입해 평가했다. 이를 통해 LTE 영향으로 왜곡될 수 있는 5G 품질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품질 미흡 지역을 중심으로 기지국 투자와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결과는 이달 말 ‘2025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로 발표될 예정이다.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SA 특성을 반영한 평가 체계가 도입된다. 초저지연과 전력 효율성, 초연결성 등 SA의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평가 방식을 개발·적용해 통신사의 5G SA 구축과 확산을 보다 속도감 있게 유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자문도 병행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평가 방식 변화에 따라 커버리지의 개념 역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커버리지 평가는 RSRP 등 신호 세기 중심이지만, 5G SA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의 개별 서비스 품질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지가 핵심”이라며 “단순 신호 세기가 아니라 QoS 기반으로 커버리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 정책과장은 “기존에는 최고 속도를 측정했다면 앞으로는 유튜브 영상을 얼마나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는지와 같은 체감 품질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지역별로 100회 측정해 20메가비피에스(Mbps) 이상 속도가 어느 정도 비율로 나오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가 언제든지 풀HD 영상 시청이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핵심이 SA 의무 부과 자체가 아니라 사업자 투자가 ‘기술 경쟁’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구조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저지연·네트워크 제어 능력 등 SA가 가진 가치는 분명하지만 정부의 청사진 없는 의무화는 과거 28㎓의 실패를 재연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 업계 전문가는 “SA 상용화 계획은 나왔지만 NSA에서 SA로 넘어갈 단계 설계가 없다”며 “막대한 투자가 전제되는데 초기 SA에서 속도가 기대보다 낮아질 가능성까지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이용자가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부가 철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SA 체감품질 향상을 위해선 주파수분할(FDD) 기반 저대역의 추가 공급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DD 기반 저대역은 도달거리가 길고 실내 침투 특성이 뛰어나 업링크 품질을 보완할 수 있다. 이를 시분할(TDD) 기반 중·고대역과 주파수 집성(CA)으로 결합할 경우, 양 방식의 한계를 상호 보완해 보다 안정적인 5G SA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5G NR이 3.5㎓·28㎓ 등 TDD 중심으로만 구축돼 구조적인 업링크 자원 부족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FDD 대역 활용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미국 티모바일(T-Mobile)이 저대역과 중·고대역을 CA로 결합해 넓은 커버리지와 대용량을 동시에 확보했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국내 역시 인빌딩 커버리지 문제를 고려해 현재 LTE에 사용 중인 FDD 대역을 NR-FDD 방식으로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FDD–TDD CA 구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NSA 방식의 5G 속도는 LTE FDD 대역과 5G 3.5㎓ 대역이 결합된 결과”라며 “SA 품질을 5G 단독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면 FDD 대역의 SA 전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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