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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사, 과감한 정리 후 글로벌 승부수…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디지털데일리 이학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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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사, 과감한 정리 후 글로벌 승부수…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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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잇달아 게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 단기적으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프로젝트를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과 최신 트렌드에 맞춘 신작과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일부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출시 취소를 발표했다.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투입됐음에도 이용자 지표와 매출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게임들이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게임 시장 환경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주력인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이용자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라이브 서비스 구조에서 반등 가능성이 낮은 게임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신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게임사들의 서비스 종료 결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지난 17일 엔씨소프트는 주요 게임 라인업 정리에 나섰다. 이날 엔씨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2'와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블레이드&소울2는 인기 지식재산권(IP) '블레이드&소울'의 후속작으로 출시 전 높은 기대를 모았으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2026년 6월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호연 역시 블레이드&소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이었지만 시장 반응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비스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엔씨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사업 축소가 아니라 전략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신작 완성도 제고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의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엔씨는 서비스 종료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사업과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 MMORPG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사업을 차기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전담 조직 신설과 해외 개발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동시에 글로벌 인기 IP '호라이즌' 시리즈 기반 신작을 비롯해 '신더시티',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들을 '지스타 2025' 현장에서 공개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넥슨도 지난 17일 띠어리크래프트가 선보인 배틀로얄 게임 '슈퍼바이브'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발과 운영을 지속할 충분한 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서비스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슈퍼바이브는 글로벌 인기 게임 개발진이 참여한 신작으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얼리 엑세스(앞서 해보기)와 정식 출시 이후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유료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환불을 진행하는 한편, 업데이트 역시 중단하며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넥슨은 프로젝트 단위 개발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 5일 넥슨은 신규 개발 법인 딜로퀘스트를 설립해 개발 역량을 특정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신작 개발에 나섰다. 이를 두고 '데이브 더 다이버'의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자회사 민트로켓의 사례를 확장해 창의적이고 빠른 개발이 가능한 조직 구조를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퍼블리싱을 통한 흥행작 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서브컬처 흥행작 '벽람항로'를 개발한 만쥬게임즈의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의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내부 개발과 외부 협업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신작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며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익스트랙션(탈출) RPG '어비스 오브 던전'의 글로벌 서비스를 내년 1월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전역 출시를 취소하는 동시에 소프트론칭 형태로 운영하던 서비스까지 정리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장기적인 운영 경쟁력과 서비스 품질 유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지속적인 개발과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론칭 과정에서 이용자 반응을 확인했지만 보다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해당 프로젝트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흥행을 발판으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네이버·미래에셋과 함께 최대 1조원 규모의 아시아 성장 펀드를 조성해 전략적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울러 'AI 퍼스트' 전략을 통해 개발·운영 전반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신작 및 글로벌 스튜디오 퍼블리싱을 병행하며 중장기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서비스 종료는 개별 게임의 성과 문제를 넘어 사업 구조 전반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프로젝트 단위의 성과 검증 속도가 빨라진 환경에서 각 사는 정리 이후 자원 투자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개발·운영 환경이 정착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개발·운영 환경으로 재편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정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서비스 종료 여부보다 이후 어떤 프로젝트와 사업에 자원을 재배치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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