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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증상" 또 부모 살해...사라진 마을회관, 학대 받는 노인들

머니투데이 이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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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증상" 또 부모 살해...사라진 마을회관, 학대 받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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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어머니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매가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70대 어머니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매가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어머니가) 조금 인지 능력이 안 좋아서…."(서울 구로구에서 70대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40대 남성 백모씨)

부모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공동체 소멸에 따른 돌봄 부담이 가중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가 돌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잇따르는 부모 살해 사건…"밥과 약 제때 안 먹어 때려"

22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존속살해 건수는 △2022년 48건(기수 32건·미수 16건) △2023년 59건(기수 31건·미수 28건) △2024년 60건(기수 28건·미수 32건)으로, 매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모친을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매를 존속폭행치사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실수를 하고 집안에서 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구로서는 이보다 앞선 17일에도 한 20대 남성을 존속살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는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자택에서 둔기와 흉기를 이용해 50대 모친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그는 '남은 가족에게 하실 말씀 없냐'는 질문에 "제가 멍청해서…"라고 답했다.


지난 14일에는 경기 용인에서도 50대 아들이 8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하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아들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여 부양했는데 밥과 약을 제때 먹으려 하지 않아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사라진 지역공동체…"국가 돌봄체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존속 살해 배경 중 하나로 공동체 소멸에 따른 돌봄 부담 가중을 꼽는다. 자녀가 돌봄 부담을 오롯이 떠안으면서 부모 학대가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자녀의 학대 범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점 역시 공동체 돌봄 체계 붕괴의 단편이다.

박성희 인천평화복지연대 노인인권센터장은 "노인 돌봄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이 아닌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마을회관처럼 지역 공동체 차원의 돌봄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혼자 감당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도 "예전에는 동네 이웃과 친척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족이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며 "국가에서 각 가정에 필요한 도움을 파악해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돌봄 지원 홍보가 강화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돌봄 지원이 있어도 알지 못해 비극이 반복되는 만큼, 지원 내용을 인지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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