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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포식자 된 넷플릭스…적수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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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포식자 된 넷플릭스…적수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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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2> (왼쪽)와 <케냐 간 세끼>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 2> (왼쪽)와 <케냐 간 세끼>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 예능 시장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피지컬 100> <흑백요리사> 등 서바이벌 예능을 시즌제로 강화하고, 당초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됐던 예능시리즈까지 판권을 확보해 독점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국내 공중파는 물론 다른 국내 OTT의 예능 영역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나영석 PD의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케냐간 세끼>를 넷플릭스가 지난달 25일 독점 공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CJ ENM의 지붕 아래 있는 에그이즈커밍은 프로그램 판권을 전부 확보하려는 넷플릭스와 거리를 둔 채 국내 OTT인 티빙 등과 협력해왔던 터다. 그런데, <케냐간 세끼>의 공개를 계기로 이제 넷플릭스와 에그이즈커밍의 협업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에그이즈커밍의 넷플릭스 합류는 넷플릭스가 국내 예능 IP 확보전에서 발을 더 깊숙히 담갔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삼시세끼> <지구오락실> <신서유기> 등 에그이즈커밍의 예능들은 서바이벌 포맷이 주류인 넷플릭스식 예능과 달리, 출연자들의 말장난과 가벼운 게임 등으로 한국 시청자들을 공략해왔다. 넷플릭스로선 에그이즈커밍과 협업을 고리 삼아 내수용 예능프로그램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케냐 간 세끼>의 김예슬 PD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케냐 간 세끼>로 포문을 열었으니, 앞으로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시장 공략도 더 거세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 2026년 라인업 발표회에서 오는 1월 <솔로지옥 5>를 시작으로 <미스터리 수사단 2> <대환장 기안장 2> <유재석 캠프>가 공개되며,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 <데블스 플랜 3>가 제작을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명 ‘밥친구’ 라고 불렸던 저예산, 짧은 길이의 ‘일일 예능’의 공개도 이어질 예정이다.

한 넷플릭스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통하는지가 세계에서 통하는 콘텐츠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에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예능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일일 예능처럼 매일 새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나 밥친구 콘텐츠 등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예능 장르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예능 제작자들은 넷플릭스의 적극적 행보를 내심 반긴다. 전 세계적 영향력이 큰 넷플릭스는 제작자들에게 ‘꿈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와의 예능 제작을 위해 방송사 퇴사 후 외부 프로덕션으로 이적하거나 직접 프로덕션을 차리는 PD 등도 늘고 있다.


예컨대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홍김동전>을 제작한 박인석PD는 지난해 1월 퇴사 이후 넷플릭스와 예능 <도라이버> 방영권 제작을 체결, 제작사 ‘스튜디오 투뿔++’을 차렸다. 넷플릭스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피지컬 100>은 당초 MBC 사내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후, 외부 협업 형태로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하지만 이를 제작한 장호기 PD는 시즌 1 이후 MBC를 퇴사했고 현재는 제작사 TEO 소속 PD로서 <피지컬 100>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의 공격적 행보에 방송사나 국내 OTT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히트하는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이 OTT의 소유가 된 와중에, 인력 유출까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안형준 문화방송 사장은 “<피지컬 100>이나 <흑백 요리사>는 저희가 제작하는 비용과 한 회당 약 100배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그 비용을 과연 MBC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과 규제 부분은 진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로고.   AFP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AFP연합뉴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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