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 이제 그만해야 될 것 같아.”
“수술하고 재활해서 코트에서 은퇴하자. 정은아, 조금만 더 해보자.”
벌써 5년이 흘렀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던 12월 겨울, 농구 코트에서 쓰러졌다. 발목 골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반복되는 부상까지, 더는 코트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수술 후 복귀를 위한 재활 운동을 소화할 자신도 없었다. 은퇴를 결심하고 의지했던 코치를 찾았다. “언니, 수술하고 재기할 자신이 없어. 나이도 있고. (농구를) 그만해야할 것 같아”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은퇴를 하더라도 코트 위에서 하자. 분명 힘들겠지만, 그래도 힘내서 해보자.” 바로 하나은행 포워드 김정은과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의 스토리다. 둘은 여자프로농구(WKBL) 최다 출전 신기록을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수술하고 재활해서 코트에서 은퇴하자. 정은아, 조금만 더 해보자.”
벌써 5년이 흘렀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던 12월 겨울, 농구 코트에서 쓰러졌다. 발목 골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반복되는 부상까지, 더는 코트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수술 후 복귀를 위한 재활 운동을 소화할 자신도 없었다. 은퇴를 결심하고 의지했던 코치를 찾았다. “언니, 수술하고 재기할 자신이 없어. 나이도 있고. (농구를) 그만해야할 것 같아”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은퇴를 하더라도 코트 위에서 하자. 분명 힘들겠지만, 그래도 힘내서 해보자.” 바로 하나은행 포워드 김정은과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의 스토리다. 둘은 여자프로농구(WKBL) 최다 출전 신기록을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WKBL의 살아있는 전설 김정은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전(61-53 승)에서 출전하며 개인 통산 601경기 출장을 기록했다. WKBL 개인 최다 출전 신기록이다. 임 코치가 보유했던 600경기 기록을 넘어섰다.
사진=WKBL 제공 |
특별한 하루다. 김정은은 2005년 12월21일 개막전 신인 선발이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WKBL에 데뷔했다. 딱 20년이 되는 2025년 12월21일 601경기 출전이라는 숫자를 새겼다. 김정은이 신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종전 기록 보유자였던 임 코치는 반대편 벤치에서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봤다. 하프타임에는 직접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정은에게 임 코치는 ‘특별한 언니’다. 자신이 데뷔했던 그날도 함께 코트를 뛰었다. 신세계에서 햇수로 5년 동안 호흡했다. 이후 우리은행에서 다시 만나 코트를 누볐고, 2019~2020시즌부턴 코치와 선수로 함께했다.
사진=WKBL 제공 |
신기록 달성의 순간, 가장 먼저 임 코치가 생각났다. 김정은은 “내겐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며 “우리은행에서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한 시기가 있었는데 임 코치님이 잘 잡아주셨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임 코치님의 기록도 깼다. 영광이다. 그 경상도 여자가 ‘고생했다’ 한 마디 해주더라. 그때 울컥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임 코치는 “우리은행에서 함께 할 때 정은이가 발목을 다쳤을 때 은퇴한다는 걸 내가 말렸다. 그때 은퇴했으면 600경기 달성 못 했을 것이다. 나의 지분이 크다”고 에둘러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WKBL 제공 |
김정은은 “언니(임영희)를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 언니는 40살까지 뛰면서 모든 훈련을 다 소화했다. 그걸 보며 나도 자극을 받았다. 부상이 많아 쉽지는 않지만, 아프지 않는 이상 훈련을 다 하려고 한다”며 “지금은 다른 팀이고 코치와 선수라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쉽지 않은데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에 임 코치는 “다행히 현장에서 축하해줄 수 있어서 기뻤다. 정은이는 어릴 때부터 농구를 잘했다. 내 기록도 충분히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상이 있어 조금 늦어졌을 뿐”이라며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농구에 정말 진심이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